상단영역

본문영역

[당진시대 시론]아시아의 큰 별 싱가포르 이콴유 총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장옥 석문우체국장

지난 23일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 이콴유(李光耀) 총리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영향권에 있으면서 영국의 작은 자치정부로 당진시보다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한 섬나라를 오늘날 동서양의 물류·금융의 중심지이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6000달러(세계8위), 국가경쟁력 세계2위, 국가청렴도 세계5위 등 눈부신 성적표로 인구 550만의 작지만 거대한 국가를 일궈냈다.

그는 1923년에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중국계 4세대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하며 1954년에 인민행동당을 창당했다. 1959년에는 35세의 나이로 영국자치정부총리를 거처 1965년에 독립국가의 총리가 되어 1990년에 물러나기까지 31년간 동서냉전의 어둡고 혼란한 시기를 극복했다. 그는 경제번영, 사회안정, 부정부패 척결 등 아시아적 가치에 기반한 엘리트중심의 경제·사회의 실천전략을 추구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와 강력한 권위주위를 결합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토지공개념에 기반해 국토의 80% 이상을 국유화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중앙연금준비기금을 재원으로 한 공공아파트를 지어 서민층에 보급해 국민의 85%인 중산층 이하가 공공주택에(23~56평)에 살게 했다. 또한 민간 아파트값의 45% 수준의 염가에 분양하되 분양가의 80% 범위 내에서 장기 저리로 융자해 줌으로써 국민의 약 90%가 내 집을 갖게 됐다. 민간아파트의 가격에는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자율에 맡김으로써 차별화를 두는 한편 고급화된 고층아파트는 세계적 부호들이 선호해 외자유입의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뇌물 등의 부패에 유혹되지 않고 자긍심을 갖고 일하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공직비리조사국(CPIB)의 권한강화와 뇌물을 받을 의사만 있어도 처벌하고 일반 공직자 및 가족의 재산공개의무화, 아무리 경제발전의 공로가 있는 재벌도 선처하지 않는 부패방지법(1960년)과 부정축재몰수법을 제정해 강력한 수사권 및 사법권을 부여해 부패의 고리를 끊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연금을 두고 여당이 공무원을 국민의 적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박봉에 30~40여 년간 공복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기여금을 많이 내온 공무원들을 국민연금과 단순비교하고, 고단한 삶이지만 노후에 연금하나 믿고 살아온 그들을 국민의 75%가 찬성한다며 여론몰이식으로 가혹하게 칼질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가 공무원연금을 두고 고양이가 쥐 잡듯 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켜줘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는 것이다.

1994년 3월 싱가포르 법원은 10대 미국인 청년에게 민간인 차량 여러 대에 래커를 뿌리고 교통표지판을 훼손한 혐의로 태형 6대, 징역 4월, 벌금 2200달러를 선고하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싱가포르의 최대 무역국인 미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서 이 청년에게 곤장을 친다면 미국인 관광 중단, 미국기업 철수 등의 친서를 보내며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는 한편, 미국언론들은 일제히 구시대적이고 야만적인 형벌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자 급기야 클린턴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태형만은 선처해 달라고 통사정해, 결국 6대에서 4대로 줄여 형을 집행했다. 그 뒤로 싱가포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범죄가 사라졌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사드배치 문제, 중국의 AIIB 문제, 러시아의 승전 70주년 기념식 대통령 초청 문제 등 외교적 사안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우리 정부가 국제 정치무대에서 편향적이지 않으면서 명분과 원칙, 그리고 소신과 실리를 얻는데 있어 이콴유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주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