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삼웅2리 귀촌 도예가 김상복 씨<흙으로 생명을 빚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실 그릇 만들던 면천 흙
정직하게 살고 싶어 찾아온 당진

 

흙은 근원이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적에 흙으로 인간의 형상을 빚어 사람을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한 구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은 결국 흙에서 나고 흙으로 되돌아간다. 조물주가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듯, 사람은 흙으로 무언가를 빚어 사용해 왔다. 아주 오래 전부터 흙은 인류의 삶의 터전이면서 도구였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흙을 떠났다. 우리가 밟고 사는 땅도 흙보단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더 흔하고, 흙으로 빚은 그릇보다 플라스틱 그릇을 더 편리하게 여긴다. 물질적 삶은 풍요로워 졌지만 근원을 잊어 갈수록 사람들의 정신은 궁핍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여기 ‘미련한 사람’이 있다. 과거의 영광까지 다 내려놓고 오로지 흙을 찾아 온 사람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마음으로, 다 비우고 예까지 왔다.

최고의 흙이 나는 고장
지난해 1월 면천면 삼웅2리 마을회관에 자리를 튼 도예가 김상복(53) 씨는 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나라 도예의 성지인 경기도 광주·여주 등에서 활동하다, 인연이 닿아 당진에 오게 됐다. 김 씨의 스승인 권대섭 도예가가 삼웅2리 유재석 이장과 오랜 벗이란다. 
“전통적인 도예뿐만 아니라 현대 도예와 상업적인 대량생산 도예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도자기를 만들면서 나 자신과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때 다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당진에 오게 됐어요.”
그렇게 찾게 된 당진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 지역은 예부터 최고의 흙을 자랑하는 곳이었단다. 면천면 삼웅리와 사리소리 일대의 흙을 이용해 왕실에서 사용하던 도자기를 빚었다고 전해진다.
“이 동네 흙이 정말 좋아요. 흙이 맛있다니까요. 여기에서 나는 흙을 이용해 왕실에서 사용하던 그릇을 만들었는데, 이걸 아는 사람이 지역에 거의 없죠.”
지금까지도 이 지역은 땅이 좋아 그는 마을 이곳저곳에 도자기 만들 흙을 구하러 다닌다. 뿐만 아니라 도자기 유약도 지역에서 나는 것들로 만들어 사용한다. 게다가 삼웅2리에는 가스 가마가 설치돼 있어, 재료를 구해 도자기를 빚어 구워서 판매하는 것까지 전부 지역 내에서 이뤄진다. 그야말로 ‘로컬푸드 도자기’다.

마을회관에 둥지를 틀고…
삼웅2리 주민들은 멀리서 마을을 찾아온 낯선 이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 줬다. 유재석 이장에 따르면 10여 년 전 체험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설치했던 가스 가마가 오랜 시간 방치돼 왔다고 한다. 하지만 김성복 도예가가 마을에 자리 잡으면서 이 가마를 고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김 도예가는 “흙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알리고, 도예체험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나중엔 마을의 옛 가마터를 복원해 장작 가마를 꼭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아니 그의 작업실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들은 아미산에서 판매된다. 죽동리 아미산 주차장에 위치한 내포문화숲길 방문자센터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0m 가량 올라가면 청룡저수지 맞은편에 그의 도자기 전시·판매장이 설치돼 있다. ‘도예공방 솔담’의 작은 비닐하우스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다.

 

정직한 ‘로컬푸드 도자기’
정성스럽게 빚은 도자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닮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도자기는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의 작품은 상당히 가볍다. 모양새가 고루 하지 않아 세련된 것을 찾는 요즘 사람들에게도 제격이다. 전통과 현대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먹거리는 누가 어떻게 생산했고, 어디에서 자랐는지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 음식을 담는 그릇은 그저 예쁜 것, 혹은 싼 것을 찾죠. 음식처럼 그릇도 무엇을 이용해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근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써야 하지 않을까요?”
도자기에 물을 담아 띄운 진달래꽃 몇 송이가 싱싱하게 피어올랐다. 열흘이 지나도록 물이 썩지 않는다. 뜨거운 불구덩이를 견디며 단단히 굳은 흙은 숨을 쉰다. 이렇게 흙은 또 하나의 생명을 피워낸다.
솔담에서는 산을 오가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과 차, 막걸리도 마련해 놨다. 오며가며 삶을 이야기하기 좋은 공간이다.
김상복 도예가는 “후손들에게 산업화된 도시와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문화를 물려주는 것도 우리들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도자기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을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직한 도예가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예체험 및 구입 문의 010-7125-6263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