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14 23:40 (일)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이병호·유남수 부부(순성면 나산리)

댄스스포츠·탁구 등 취미생활 함께 하는 노부부

눈·비 맞으며 함께 살아온 46년 결혼생활

 

 

 

 

 

 

 

 

 

벚꽃 잎이 봄눈 되어 바람에 흩날리던 날,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성면 나산리에 사는 이병호(73)·유남수(67) 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날이 마치 이들의 삶 같았다.
꽃잎이 떨어지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아쉽다. 찬란한 봄은 쉽게 지나가 버린다. 내게도 봄날 같은 청춘이 있었던 것일까, 하고 생을 돌이켜 보면 너무 멀리 지나 온 것만 같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에도 이병호·유남수 부부의 마음은 아직도 푸른 봄을 꿈꾼다.

“이이가 춤 좀 춰”
7년 전 어느 날, 인근 마을인 아찬리 마을회관에서 댄스스포츠를 가르친다는 얘기를 들은 아내 유남수 씨는 남편과 함께 아찬리로 향했다. 부부는 2~3개월 이어진 댄스스포츠 수업을 빼놓지 않고 다녔다.
“처음엔 건강 때문에 다녔지. 근데 운동도 되고 재미있더라고. 같이 하던 남자들은 금세 그만두고 안와. 근데 나는 끝까지 댕겼지.”(남편 이병호 씨)
아찬리 마을회관에서 기초를 익힌 이들은 몇 개월 뒤 합덕읍 주민자치센터에서 댄스스포츠반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수강을 시작해 5년 넘게 배웠다. 부부가 함께 하는 이들은 이병호·유남수 씨 부부가 유일했다. 게다가 남자라곤 이병호 씨 하나뿐이었다.
“이이가 춤을 제법 잘 따라하데?” (아내 유남수 씨)
“아이고, 남사시렵게 그런 얘기는 하지마.” (남편 이병호 씨)
“댄스스포츠 수업 때 여자들이 서로 이이를 붙잡으려고 난리여.” (아내 유남수 씨)
“아내가 질투 좀 했지. 크크크 ” (남편 이병호 씨)
이들은 당진시보건소 꽃노년선발대회에 나가 춤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게이트볼·문인화까지 섭렵
무릎 관절이 아픈 요즘 유남수 씨는 댄스스포츠를 남편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붓글씨와 문인화를 즐기면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제법 실력이 많이 늘어 집안 곳곳에 그가 그린 문인화와 붓글씨 작품을 걸어 뒀다. 이병호 씨는 당진시종합복지타운에서 댄스스포츠를 계속하는 한편 순성면 게이트볼장에서 게이트볼을 친다. 각자 여러 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즐기는 이들은 여전히 저녁 무렵이면 함께 탁구를 치곤 한다. 아내 유남수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하고 오후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아내든 남편이든 혼자 즐기면 상대방이 서운할 텐데 같이 하니까 서로 이해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노인복지관부터 보건소까지 지역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아. 함께 하자고 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걸 보면 참 안타깝지.” (아내 유남수 씨)

일만 하다 보니 예순이더라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23살에 베트남 전쟁에 참가해 다리에 총을 맞아 아직도 상처가 선명한 이병호 씨는 27살 되던 해 매형의 중매로 21살의 어린 아내를 만났다. 배고픈 시절, 이병호 씨 역시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한평생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면천면 율사리가 고향인 아내 유남수 씨도 시집온 뒤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일하면서 꽃다운 시절을 다 보냈단다. 빨래터에 나가면 사람들이 “이쁜 색시 왔다”고 말할 정도로 어여뻤던 처자는 어느덧 주름 가득한 할머니가 됐다.
지금처럼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사는 삶을 당시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생활이 조금 나아지고 보니 어느덧 예순이 넘어 있었다. 그제야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했단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까워. 지금 생각하면 늙어서 억울하지. 나이가 60만 돼도 좋겄네.” (이병호 씨)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몸이 옛날 같지 않아 화살처럼 빠른 세월이 그저 원망스럽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라지만 해가 뜨고 저무는 게 이들에겐 유독 빠르기만한 요즘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하기만 하다.
유남수 씨는 “남편이 있어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있으니까 남편이 행복하다는 걸 느낀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니, 벌써 결혼한 지 46년이나 됐어? 언제 세월이 어렇게 갔댜. 바라는 거 별거 없어. 자식들 건강하고 (아내와 함께)사는 동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 (이병호 씨)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