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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자전거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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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시간이다. 특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아침이 고행길이다.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시내 고등학교로 3년간 통학을 했고, 서울 반대 쪽 변두리에 있는 대학교로 통학한 필자는 ‘지옥철’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다행히 대학졸업 후 취업한 대기업에서는 회사 통근버스로 편안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 해외 유학을 가기 위해 그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편안한 통근버스다.

이제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필자에게 월요일 아침은 늘 산뜻한 새 출발이다. 10년 전 건강을 위해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근력을 키우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도 함께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14km, 자동차로 10분 거리이지만 자전거로는 45분 남짓 걸린다. 운동 삼아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가장 적절한 거리다. 경사 높은 고갯마루도 3개를 지나야해서 학교에 도착하면 한 겨울에도 땀이 흠뻑 난다. 화장실에서 찬물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시작하는 하루 일과는 늘 생기넘치고 상쾌하다.

자전거 출퇴근 덕분에 건강도 좋아지고 기름값도 절약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전거 출퇴근을 권해왔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다. 직장 동료들 대부분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살고 있거나, 아니면 바로 학교 근처에 살고 있어 자전거 출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라고 권하면 으레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가파른 산악지대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산악자전거는 위험한 스포츠다. 필자도 크게 넘어져서 두 번이나 손목이 부러졌다. 헬멧에 금이 갈 정도로 심하게 나뒹군 적도 있다. 동호회에서는 매년 산에 가서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올리지만 해마다 부상을 당하는 동호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다가 발생하는 큰 사고는 대부분 자동차와의 충돌이다. 특히 지방도로에서는 심각한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설치된 곳이 드물고, 운전자의 과속과 신호위반이 다반사여서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피해 마을길이나 농로를 이용해 출근한다.

자전거 복장은 운전자의 눈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노란형광색이나 빨간색 상의를 입는다.
간혹 비가 오거나 저녁 약속 때문에 자전거 대신 자동차로 출근하는 날이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규정속도도, 신호등도, 보행자 횡단보도도, 주차금지 노란색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교통안전을 위해 만든 법규는 과속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지켜질 뿐이다. 얼마 전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대형 연쇄추돌 사고는 안개 때문이 아니라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문화에 기인한다. 교통법규의 수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한국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재난사고는 원칙과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원칙과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원칙과 규정을 어겨도 처벌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회다.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을 일삼은 사람들이 버젓이 고위공직자로 행세하는 사회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공직자들이 원칙과 규정을 무시하는 나라는 결코 국민이 안전하게 사는 나라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공직자의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그 결과 한국과 같은 재난 사고가 드문 것이다.

지난주 화요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로 출근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첫 1학년 수업에 들어갔다. 여러 명의 교수들이 번갈아 강의하는 진로지도 수업이었다. 그런데 과거의 1학년과는 영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벽을 앞에 두고 강의하는 기분이 들어 착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아, 지금 1학년들은 세월호 세대구나! 너희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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