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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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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맞이 인터뷰
매일 아침 ‘깃발’드는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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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중학교 서형근 교장
“학교는 학생 위해 존재”

‘며칠 하고 말겠지…’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학생들도 매일 아침 그를 보면서 ‘언제쯤 그만 두려나’ 생각했을 것이다. 아침마다 초등학생 엄마들이 하는 교통지도를 중학교 교장이 직접 나서서 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매일 아침 7시 40분이면 그는 학교앞 길목에서 깃발을 들고 선다. 그리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맞는다.
“하루는 버스에서 내린 한 녀석이 친구한테 ‘역시 교장 선생님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아!’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마도 친구들끼리 오늘 교장 선생님이 또 교통지도에 나올까, 안 나올까 얘기한 것 같았어요.”

교통지도로 시작하는 아침
송산중학교 서형근 교장은 이렇게 매일 아침 학생들 교통지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엔 서먹해 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오히려 학생들이 밝은 목소리로 그에게 먼저 인사한다. 사실 그가 아침마다 교통지도에 직접 나서는 건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송산중학교로 부임한 서형근 교장은 올해 초 학교 예산을 검토하던 중 학생들의 통학버스 임대비로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80여 명에 불과해 버스 3대에 70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는데, 올해 학생수가 129명까지 늘면서 버스를 증차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어촌거점학교로 선정되면서 교육부로부터 매년 5억 원씩 지원받던 교육비가 국가 예산상의 문제로 2억8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원금의 절반 가량을 통학버스비로 지출할 수는 없었다.

학부모들과 협의 끝에 시내버스를 이용해 등교하고, 오케스트라반 또는 방과후학교로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하교 버스만 운영키로 했다. 이렇게 결정하고 보니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었다. 송산은 산업단지로 향하는 대형 트럭이 수시로 오가고, 특히 아이들의 등교시간은 출근시간과 맞물려 차들이 끊이지 않았다. 걱정스런 마음에 서 교장이 나서 아침마다 교통지도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며 “내 새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진짜 교육은 학교에 있다”
계룡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처음부터 교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어려운 형편 탓에 서울로 대학을 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를 갈 수도 없었고, 자취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공주사범대였다.

서형근 교장은 1989년 27살 되던 해에 공주시 우성중학교 과학 교사로 첫 발령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첫 출근하던 날, 청소하던 아이들의 비질에 흙먼지가 뽀얗게 일던 비포장길이 머릿속에 선하다. 좌충우돌하던 그 때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그는 “실수 투성이었지만 학생과 교직에 대한 열정만큼은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밤늦도록 학생과 함께 연구하며 자료를 만들던 기억, 그리고 그 학생이 교사가 돼서 우연히 연수원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 그 모든 게 교사로서의 보람이자 행복이었다.

13년 간 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및 장학관으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학교 현장을 떠나 있다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송산중학교 초빙교장으로 발령받았다.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작은 시골학교에서의 삶이 쉽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학교 현장에 진정한 교육이 있다고 믿는다.
“충남 교육의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교육청에서 했던 일들도 중요하지만, 진짜 교육은 학교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생활 습관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아이들의 변화를 하나 하나 만들어 갈 수 있거든요.”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
흔히들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으로 높은 교육열을 꼽는다. 세종대왕이 성군으로 추앙받는 이유 역시 무지한 백성들이 깨칠 수 있도록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세상을 바꾼다. 사람들은 배움을 통해 꿈을 꾸고, 가르침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학교는 결국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있는 거죠. 그래서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단에 서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늘 필요해요. 선생님들이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잘 커갈 수 있도록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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