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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상 충남지역언론연합 보도국장
‘성완종 리스트’와 존양성찰(存養省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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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 사회가 ‘20대 80의 사회’ 임을 거듭 확인시켰다. 인구의 20%인 엘리트만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 80%는 빈곤해진다는 사회이론이 한국사회에서는 특권층들끼리 나눠먹는 ‘선별적 복지 시스템(?)’이 이를 한몫 거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시민의 주머니를 어떻게 털어가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매번 대통령 특혜사면으로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켰다. 기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은행은 자선 사업가인양 선뜻 그에게 거액을 특혜 대출했다. 권력자들에게 줄을 대 돈을 건넸기에 가능했다는 게 상식이다.

청와대도, 총리도, 국회의원도 돈 앞에 평등(?)했다. 본성대로 행동하는 범인(凡人)이었다. 배가 고프면 아무 곳에서나 밥숟가락을 들었고, 황금 앞에 욕망대로 손을 내밀었다.
주자는 인간에게는 날 때부터 선한 본성과 함께 선악이 혼재된 심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선한 본성을 북돋우는 존양(存養)을 강조했다. 존양해야 성찰(省察)할 수 있다고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내린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진 자에다 엘리트이지만 ‘존양’은 물론 ‘성찰’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다 총리직에서 조기 낙마했다. 그가 “친하지 않다”는 성 전 회장과 1년 동안 200여 차례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자 자신의 잘못을 ‘충청도 말투’로 떠넘기기까지 했다. ‘말 바꾸기’를 지적하는 야당의원에게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충청민들의 말투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삼았다.

성완종 리스트 모두
박근혜 정부와 연관

성완종 리스트 메모에 나온 8명이 모두 박근혜 정부와 연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착한 본성을 높이고 반성하는 존양성찰과는 무관해 보인다. 이달 초 언론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성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한모 전 부사장이 대선 직전 성 회장의 지시로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 김모 씨에게 현금 2억 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대선 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2억 원을 줬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일했다. 성 전 회장은 2007년에는 허태열 박근혜후보캠프 직능총괄본부장(박근혜 정부 초대비서실장)을 만나 7억 원을 현금으로 직접 줬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는 2006년 박 대통령과 독일 방문 즈음에 10만 달러를 줬다고도 했다. 하나같이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흘러갔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검찰의 수사는 이들에게 향하지 않고 있다. 이들 또한 성 전 회장과는 잘 알지 못한다는 등 갖은 이유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자신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검찰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 전 총리에 이어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예리한 창끝을 겨눌 수 있을 지 의심스런 연유다. 

성리학에서는 지(知)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지이고, 다른 하나는 후천적 노력으로 얻어지는 지다. 앞의 지만 알고 있다면 범인에 불과하다고 했다. 후천적 노력으로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지를 겸비해야 군자라고 했다. 정치는 군자가 해야 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박 대통령 주변 정치인 중 군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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