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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 입력 2015.05.22 23:07
  • 호수 1060

골목길을 찾아서 천의장터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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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우시장 서던 큰 시장
이젠 인적 드물어 한적함만

 

 

이 골목도 분명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좌판을 펼쳐 놓고 생선을 팔기 위해 상인들은 목청껏 소리를 질렀을 테고, 그 사이로 엄마 손을 잡고 장터를 찾은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놀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가 무색할 만큼 너무도 한적하다. 사람 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정미면 천의 장터는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함만이 맴돌고 있다.

 

 

오일장이 서던 골목
정미면사무소 면소재지인 천의1리는 40년 전만해도 오일장이 서던 곳이다. 대호만방조제가 들어서기 전까지 천의장터는 우시장이 있을 정도로 당진장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장터에는 식당들이 줄을 지어 문을 열었고 거리마다 행상이 진을 쳤다.
대호만방조제가 놓이기 전에는 천의 삼거리 앞까지 주민들은 갯벌로 나가 망둥이와 게를 잡았다. 또 천의2리에 배가 정박했고 도이리와 승산리, 천의1리까지 작은 배가 드나들었다. 이로 인해 각종 신선한 생선들이 장터에서 팔려나갔다. 천의장터는 번화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었다.
“없는 것 없었지. 요 앞 선착장까지 배가 들어와서 생선도 팔았어. 대단히 큰 시장이었어. 어릴 때 왔다갔다 참 많이 했지. 그 때는 어른들이 뭐 하나라도 줄까봐 졸졸 쫓아 다녔어.”(송철성·김낙준 씨)
하지만 방조제가 놓이며 갯벌이 사라지고 배가 드나들 수 없게 되면서 급속도로 천의장터는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도시로 떠났고 노인들만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학교
오늘날의 미호중학교와 천의장터는 시간이 멈춘 지 오래다. 복도에 광을 내고 칠판에 낙서를 하며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미호중학교의 모습은 온데 간데 찾아볼 수 없다.
창문은 깨져 바닥엔 유리조각이 나뒹굴고 운동장엔 잡초만이 무성하다.
천의장터의 멈춰버린 시간처럼 교실에 걸린 시계 또한 언제나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옛 모습
하지만 여전히 골목은 살아 있다. 인적이 끊겼음에도 그 자리를 지켜 나가는 이들이 있다. 개발이 되지 않아 변하지 않은 채로 그 모습 그대로다. 흙집, 옛 가정집 냄새, 장옥 등….
정미파출소를 지나자 대호카센타가 보였다. 여전히 사람들이 차량 및 기계를 고치기 위해 찾는 모양인지 사람 소리가 들린다. 이내 발길을 돌려 한걸음 씩 걷다 보면 다방이 보이고 집 옆 쌓여 있는 땔감들이 옹기종기 쌓여있다. 집을 지키는 개들은 짖기는 고사하고 팔자 좋게 누워 멀뚱히 낯선 객을 쳐다보기만 한다.
좀 더 장터 안으로 들어서자 옛 장옥들이 나오고 여전히 골목을 지키는 골목상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음식점 신풍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곤 대표가 이곳을 운영한 지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건물은 얼추 70~80년이 됐을 거란다. 작은 중국집은 삐걱거리는 의자와 흙으로 덧댄 벽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옛날엔 양조장도, 의원도 있었지. 당진에서도 하루에 몇 번 씩 사람들을 실어 날랐어. 장날이 되면 서커스도 들어오고 천막 친 가설극장도 있었어. 그 때 장터에서 영화도 보고 그랬는데…. 근데 한 번은 홍수가 크게 나서 다 사라졌어. 그 이후에 대호만방조제 생기고 이제 이곳엔 사람 하나 없지.”
시간이 멈춘 이곳, 하지만 여전히 골목은 그 옛날의 추억을 간직한 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신윤섭 씨(봉성리·58)

“친구하고 술 먹으러 온 기억나”

“친구하고 술 먹으러 나온 기억나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농사 일을 도와주다 보니 어른들 따라 술도 참 많이 먹었죠. 처음 장터에 와서 한 일도 친구들하고 술 먹은 거네요. 벌써 50년 전 얘기에요. 옛날엔 생선가게도 많았고 참 컸는데. 그래도 이 동네는 아직도 옛날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유충희 씨(천의리·73)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여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아요. 그 때는 좌판 깔고 생선도 팔고 그랬는데 그런 것만 없지 똑같아요. 저는 이곳에 바라는 거 없어요. 여기 사람들은 다들 물고기 잡던 사람들이 많아서 땅 없는 이들이 대다수에요. 생활이 좋지만은 않죠. 굳이 바람을 말하라면 부자나 됐으면 좋겠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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