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학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다
참교육, 혁신에서 찾다 2 아산 거산초등학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교 위기 분교가 본교로
교사·부모가 일군 학교

한적한 시골 동네 아산 송학리. 그 가운데는 숲으로 둘러싸인 소담한 거산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언뜻 보기엔 풀 한 포기 없는 운동장이 삭막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내 곧 흙먼지 일으키며 운동장 끝에서 끝으로 아이들이 뛰논다. 풀 한 포기 없는 게 아니다. 이미 아이들 안에서 혁신교육의 씨앗이 자라 얼굴에 환한 웃음꽃으로 한껏 피어올랐다.

교사 6명이 만든 학교
어느 시골 초등학교처럼 거산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점점 감소해 결국 1992년 분교로 격하됐다. 전교생 30여 명이 전부였고 폐교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이내 2003년에는 전교생이 132명이더니 2005년도에 전국 최초로 분교에서 본교로 격상됐다. 작은 학교가 살아난 것이다.
그 기적은 아산 지역의 글쓰기 연구회 모임에서 활동하던 교사 6명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아이들의 눈을 맞추고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모았고 뜻 있는 학부모들이 동참했다. 6명의 교사들은 2005년 거산초로 전근 신청을 냈고 그들이 이곳을 오면서부터 혁신학교 씨앗이 뿌려졌다.

곳곳에 녹아 든 아이들 손 때
먼저 학교를 둘러보자. 건물과 건물을 잇는 차양막과 데크가 한 눈에 보인다. 그 길 따라 올라가면 올망졸망한 의자들과 오두막이 있고 닭장 속에 닭들이 있다. 공통점은 모두 목공품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학생들의 머리와 손에서 탄생했다. 교사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학교에 필요한 것을 머리 맞대고 논의한다. 또 직접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대화하고 설계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밖에도 학교 건물 곳곳에 그려진 벽화는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하고 도안에 따라 학생들이 힘을 합쳐 벽화를 그린다.
벽화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산책로가 보인다. 곳곳에는 아이들 흔적이 남아있다. 이 산책로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자란다. 흙을 만지고 나무를 타고, 벌레를 관찰한다. 숲이 곧 수업의 현장이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재량권 높이고 업무 줄이고
교실 안에서는 교사의 재량권이 전적으로 주어진다. 지난해만 해도 1년 1회 지필평가가 있었다면 올해는 이마저도 교사의 재량에 맡겼다. 대신 아이들이 자라면서 수시로 변화하는 부분을 교사가 관찰하는 것이 곧 평가다. 거산초는 서열중심의 순위는 지양한다. 또한 각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를 공유하고 하나의 정체성으로 확립해 나가는 가치공유와 학급 운영에 대한 토론 및 조언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 교육 방식을 촬영하거나 공개해 교육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한편 업무를 줄이기 위해 업무지원팀을 따로 만들었다. 또한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각종 행사 및 대회에는 학생들이 원할 경우에만 참여한다.

학부모, 형님·아우 할 정도
거산초 학부모라면 의무적으로 교육과정지원단에 참여해야 한다. 지원단에는 △독서교육 △문화예술 △생태교육 △교육과정 △교사-학부모 연수 지원 등이 있다. 독서교육지원단 부모들은 사서도우미뿐만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독후 프로그램 등을 학부모가 주도한다. 문화예술지원단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수업에 체험한다. 이 가운데는 매년 아이들이 기획, 연출, 구성까지 하는 영화 제작과 영화제에 도움을 주는 것도 포함돼 있다. 가장 수준 높은 생태교육지원단은 학부모들이 교사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든다. 단순 활동 보조의 수준을 넘어  교육과정 편성부터 참여한다.

또한 학부모들은 1년에 6번의 연수에 참여한다. 연수에는 부모교육에 대한 강의부터 끝장토론, 부부클리닉 등이 포함된다. 그 외에도 매달 한 번 이상씩 소통이 있는 교사-학부모 회의가 열린다. 한진희 교무부장은 “학부모와 교사가 언니, 동생 할 정도로 가까이 지낸다”며 “다른 학교들이 구축하지 못한 것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4학년 김가람·김영주 학생은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뭐가 제일 좋으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 끝에 “다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있어서 좋고 친구들이 기다려서 좋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 수 있어서”라는 답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미니인터뷰] 거산초 장동성 교장

“아이들의 행복, 당연한 교육 목표”

“학교 운동회가 끝났을 때였어요. 운동장엔 남은 쓰레기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죠. 근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남은 쓰레기를 모두 줍고 뒷정리까지 다 마치고서야 집으로 가더라고요. 그때 학부모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시작했죠. 신뢰가 쌓이니 학부모들이 건의를 하거나 요구를 하면 모두 학생들과 학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거산초도 여느 학교와 같아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펼치고 있죠. 이는 앞으로 거산초와 모든 학교가 지향해 나갈 교육 목표입니다.”

>> 편집자주 충남교육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15년을 ‘학교혁신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에 무게를 실었다. 충남도교육청에서는 21개의 충남형 혁신학교를 선정, 발표했으며 당진지역에서는 당산초와 당진고가 포함됐다. 혁신학교는 기존의 주입식 수업에서 토론·탐구형 수업으로 바꿔 창의·지성 교육을 추구하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서 당진지역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혁신학교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