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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5.06.05 19:55
  • 호수 1062

[칼럼-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 / 출향인]
호국영령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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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을 하다보면 외국 경찰기관을 공식 방문하거나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 경찰관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다.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했던 외국의 경찰관들도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마다 꼭 전하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경찰은 6.25전쟁 때 여러분의 나라에서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주었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대한민국 경찰이 여러분의 경찰이 발전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이들 나라의 경찰간부 대부분은 자국 군대가 6.25전쟁에 참전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까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재작년에 방문했던 태국경찰청의 고위간부는 파병 날짜는 물론이고, 파병 규모와 작전 중 다치거나 사망한 자국 군인의 숫자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한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자국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한 것인지, 아니면 자국 군대의 파병과 희생을 기억해 주는 대한민국의 경찰관이 고마운 것인지 차마 물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6.25전쟁 당시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태국·벨기에·콜롬비아·그리스·네덜란드·터키·프랑스·룩셈부르크·필리핀·에티오피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모두 16개 나라가 연합군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병했다. 크고 작은 전투에서 발생한 파병국가 군인의 인명피해만 15만4881명에 이른다. 아직까지 생사확인 조차 못한 실종 미군도 7800여 명이라고 하니, 이들 국가의 수고와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은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도움을 주었던 국가들은 고사하고, 오로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에 이름 모를 고지에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치며 산화하셨던 호국영령의 애국애족 정신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경제적 번영은 참전군인과 경찰은 물론이고, 군번조차 없었다던 무명용사들의 값진 희생의 결과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치하에서 오직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모진 고문과 탄압을 견뎌내고 끝내 목숨 바치기도 주저하지 않으셨던 수많은 순국선열의 애국심의 덕택이기도 하다. 이 분들의 얼을 기리고 숭고한 뜻을 발전시켜 후세에 제대로 계승시키는 것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명이리라.

얼마 전까지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덕수는 아내에게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라고 말한다. 어쩌면 하늘에 계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께서도 덕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지 모른다. 당신들이 되찾고 목숨 바쳐 지킨 대한민국의 후손들이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이나 전쟁의 고통을 겪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참 다행이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이제 10여 일 후면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5주기가 된다. 올해 6월에는 한국전쟁의 참상과 교훈을 알아보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그 유족들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라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라도 시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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