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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내 삶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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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생활체험 수기공모 백일장 대회 일반부문 대상 수상작 | 신성대학교 제철산업학과 엄지훈

저는 현재 당진시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 교회에서 나름 두텁게 신앙심을 키우며 종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예전부터 지역의 다문화 가정들과 교류하며, 다문화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배 시간마다 피부 색이 한국인과는 약간 다르게 생긴 다문화인들을 쉽게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땐 잘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 해보니 저는 다문화인들과 우리를 전혀 다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에 대한 무언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도 미심쩍은 표정으로 인사를 회피하고, 제 옆자리에 앉아서 예배를 드릴 때면 저도 모르게 자리를 최대한 떨어져서 앉으며 다문화인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 왔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변하기 시작한 때는 고2 때였습니다.

청소년 수련관에서 주최하는 다문화 UCC 공모전이 있었는데 제가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제로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정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다문화인으로 변하는 꿈을 꾼 하루 생활을 내용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영상이 될 거라 생각했던 저는 선뜻 영상 내에서 주인공인 다문화인 역할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웃음기가 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로 임하려던 저는 이제 더 이상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문화인 역할을 하는 저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고, 분필 지우개로 저의 머리를 때리며 괴롭히고, 평소와는 다르게 인사도 받아 주지 않고 저를 밀치던 친구들, 아무리 촬영을 하며 설정한 내용이라 할 지라도 몇 초 안 되었던 그 장면을 찍을 때 저는 충격적이고 자존심이 매우 상했습니다. 촬영 분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저는 결국 목숨을 끊는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는데, 그 때 저도 모르게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별 특이 사항 없이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함과 지금껏 다문화인에게 대했던 암묵적인 차별에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에 교차하여 다시 한 번 눈물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단 몇 초, 그것도 연기로서 아주 잠깐 그들의 생활을 경험한 것 조차도 이렇게 힘든데, 이런 힘든 생활을 하루하루 겪어야만 하는 소외된 다문화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가히 짐작할 수도 없었습니다.

촬영을 모두 끝 마친 뒤에 한 발짝 걷는 순간마다 제가 지금까지 한 사소한 행동 모두 맘 속으로 되짚어 보며 후회와 함께 말 없이 고개 숙여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제 생각을 180도 전환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교회에 있는 다문화인들의 인사를 무시하지 않고, 거리를 두어 앉는 행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때부터는 제가 먼저 인사를 하고, 제 옆 자리로 오라고 손짓하는 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기쁜 소식으로 UCC를 만든 지 2주일 뒤에는 우리의 작품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제가 먼저 앞장 서서 다문화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다가 매달 우리 교회에 있는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손편지를 쓰기로 하여 아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로 하였고, 지금도 잘 실천되고 있어 아이들도 가끔씩은 저에게 못생긴 필체로 답장을 해주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학생이 된 지금은 매주 주말마다 다문화 어린이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무료 교육 봉사도 함께 해주면서 조금씩이라도 성적이 올라간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UCC를 찍기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저의 모습은 상상할 수 도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UCC를 통해 입장을 바꿔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 후에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처럼 직접 당하지 않고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통해 다문화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동하기 전에 ‘내가 상대방에게 한 행동이 만약에 상대방이 나에게 한 행동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지금의 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UCC공모전이 저를 변화시킨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큰 규모의 대회를 나가도 저의 인생을 바뀌게 한 이 대회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점점 더 다문화인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면서 동시에, 다문화인들에 대한 차별 또한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없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다문화인들 또한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이웃사촌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들과 똑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랑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한 부모의 자녀들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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