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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좋은길
  • 입력 2015.06.19 21:40
  • 수정 2015.06.19 22:48
  • 호수 1064

도란도란 동네 이야기 담은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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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네 문화의 중심 ‘골목’
조개껍데기·타일 조각 등 이용한 벽화
안치환의 노래된 당진성당 은행나무

 
 
 
 
 
 

 

가을 은행나무 아래서
지치도록 노래부르다
발아래 수북이 쌓여만 가는
노란 잎들을 보았네
성모 마리아의 미소여
어디로 난 가야 하는지
한참을 바라보다
난 그만 눈 감아 버렸네
잠들어 버렸네

안치환 - 가을 은행나무 아래서

수백 년을 한 자리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온 은행나무는 노래가 됐다. 당진성당 앞 은행나무 앞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나그네는 나무를 보고 노래를 지어 불렀다.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지만 나무는 여전히 그대로다.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던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와 원룸촌, 상가 등 번듯한 새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반듯반듯 닦인 아스팔트길을 중심으로 구획이 정리되면서 동네는 없고 길만 남았다. 오얏골, 절골, 구억말, 노루재 등 마을의 특성을 담아내던 동네의 이름은 사라지고 이젠 서양식으로 길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닦인 길, 거기에 이름 붙은 도로명과 건물 번호, 그리고 아파트의 동과 ‘라인’이라고 통용되는 호수까지 모든 게 직선과 숫자로 표현된다. 파주댁, 안성댁, 간난이네, 말자네와 같은 정겨운 이름과 지명은 사라진지 오래다.

반듯반듯 구획된 도시… 골목은 사라지고

마을 공동체가 사람들의 삶을 잇던 때에는 골목이 동네 문화의 중심이었다. 집과 집 사이 좁은 골목마다 이야기가 흘렀다. 옆집 누구네 아들이 대학에 갔다더라, 누구 딸이 또 딸을 낳았다더라, 마을의 소식은 골목에서 피어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어놀았다. 이들이 동네에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었던 건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술래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골목을 지키는 ‘골목대장’이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당진에서 이젠 골목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시계획에 의해 대부분이 새로 정비되고 개발됐다. 개발에는 경제적 비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로든 집이든 반듯이 짓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그래서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몇몇 곳에 골목이 남아있다. 특히 당진 구 군청사 옆 당진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벽화로 아름답게 꾸며진 골목이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맞춤옷 전문점 ‘영 의상실’이 원도심 벽화거리 골목의 시작이다. 한 달에 한번 아나바다 벽화거리 장터도 이곳에서 열렸다.

벽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벽면에는 심훈과 상록수, 왜목마을, 서해대교 등 당진을 나타내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꿈을 꾸는 고래도 있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말하던 어린왕자의 그림도 골목 마다 서린 동심을 떠올리게 한다. 담장 너머로 손을 뻗은 넝쿨장미는 벽화와 어우러져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낸다. 조개껍데기와 부서진 타일 조각 등 ‘오브제’를 붙여 만든 벽화는 평평한 담벼락이 살아 있는 듯 입체감까지 준다. 
집 앞 마당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아주머니들은 “맨 시멘트벽보다 그림이 있으니 좋다”고 입을 모았다.

당진 원도심 벽화거리는 지난 2011년 구도심 공동화 문제로 도시재생에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들어졌다. 2012년부터 당진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1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고 1369㎡에 달하는 면적에 총 연장 207m의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벽화예술길이 이어지고 있다.

당진시자원봉사센터 김봉운 센터장은 “전문 예술인의 솜씨와 지역의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아름다운 벽화거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왜목마을 중앙샤워장에도 벽화가 그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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