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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당권력의 지역분권 당진시대l승인2015.07.31 14:44l(10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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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가는 길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한결 같이 소통과 화합을 약속한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을 치른 여당이나, 분당설이 나도는 야당이나 모두 불통과 분열의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정치권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서로 다른 유권자들의 성향과 기대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민주주의 정치는 독재정치와 달리 늘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민주국가에서 갈등과 대립의 해결책은 다수결이다.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 정치인들이 권력을 독점적으로 휘두르고, 다수를 획득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정당의 최우선 목표는 다음 선거에서 여당이 되는 것이고, 정치인의 최우선 목표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회민주주의 국가의 다수결 원칙은 셈법이 간단하지 않다. 무조건 다수가 된다고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지역에서 다수가 되어야 권력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는 어느 지역에서 출마하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반의 정치”라며 유승민 의원에게 분노하며 원내대표에서 쫓아낸 것도 지역정치의 변수를 이용한 것이다. 지역구가 대구인 유승민 의원에게 다음 총선에서 두고 보자는 식으로 위협을 가할 만큼 대구지역의 박 대통령 지지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역이 정치인들에겐 든든한 기반이지만, 지역유권자에게 지역정치는 좌절과 무관심의 영역이다. 사실상 지역사회에는 정치가 없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이나 시도의회 의원들과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교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거운동을 하며 길거리에서 명함을 주는 것이나, 지역행사 때 얼굴을 내미는 것이 지역 정치활동의 거의 전부다. 정치적 현안을 두고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토론을 벌이거나 여론을 수렴하는 경우도 드물다. 지역유권자의 여론이 국회의원을 통해 국정에 반영되는 정치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역유권자들이 언론을 통해서 지역정치를 간접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이용하는 언론은 거의 모두 중앙언론이고, 중앙언론은 거의 모두 중앙의 정치만을 다룬다. 이러한 언론관행 덕분에 지역정치가 모여서 중앙정치가 형성되는 민주적 구조가 아니라,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철저히 지배하는 비민주적 구조가 유지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분열과 대립은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지역분산 구조가 부실한 탓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권력을 선출하는 지역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공천권 논란이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이나 정당대표가 국회의원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국회의원이 시도의원 공천권을 갖는 구조이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정당공천권을 정당권력자들이 아닌 지역당원과 유권자들이 행사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여당과 야당 모두 정당권력의 지역분권을 원치 않는다. 정당대표는 공천권을 쥐고 있어야 다음 대선에서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시도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어야 다음 총선에서 선거운동에 활용할 수 있다. 지역유권자들 역시 정당의 지역분권에 관심이 없다. 공천을 받기 위한 지역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를 유권자의 입장에서 충실히 보도하는 지역언론도 드물다. 설사 제대로 보도를 해도 워낙 지역언론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적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공천권은 중앙권력이 독점하고 그것을 둘러싼 갈등과 비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분열과 대립을 지양하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당권력의 지역분산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유권자와 지역언론이 나서지 않고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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