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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농 혁신의 길을 찾다 4 예산사과와인
유럽형 와이너리를 꿈꾸다

지역의 농업·역사·문화의 중심
사과밭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와 음악회
임아연l승인2015.08.21 22:09l(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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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바꾸고 싶었어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 술’이 아니라, 그 지역의 농업과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유럽의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를 지역에 만드는 게 꿈이에요.”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의 술을 궁금해 한다.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킬라, 일본의 사케 등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자 곧 문화다. 술은 지역의 농업 및 환경에 관련이 깊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예산군 고덕면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은성농원은 지난 2008년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주)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과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술을 빚는 ‘와인메이커’ 정제민 부사장은 캐나다에서 와인 주조를 전문적으로 배운 뒤, 기업에서 술과 관련한 제품개발, 컨설팅, 교육 등을 맡아왔다. 그러다 30여 년간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장인어른의 사과 농장으로 내려와 지역성을 띠면서 농업과 결합시킨 ‘유럽식 와이너리’를 꿈꾸며 예산사과와인을 만들고 있다.

술 빚는 사과농장
은성농원에서는 매년 300그루 한정으로 사과나무를 사람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나의 사과나무’가 자라는 이곳을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면서 사과와인 판매를 비롯해 사과잼·사과파이 만들기, 사과 수확 체험 등을 실시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향긋한 사과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사과밭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리고,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맺히는 가을날엔 음악회가 열린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과’라는 농산물 생산에 앞서 문화를 공유하고, 농촌을 느낀다.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올랐다. 사과 농사만 지었을 땐 사과를 판매해 얻는 연간 소득이 7000~8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억 원대까지 늘었고, 체험 소득으로 2억 원, 와인 판매로 2억 원의 추가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유통은 가장 큰 어려움
그러나 지금이 있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정제민 부사장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5년만에 올해 겨우 흑자로 전환됐다”며 “처음부터 긴 호흡을 바라보고 시작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유통문제였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로 좋은 술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생소한 사과와인을 외면했다. 와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입산 와인 소비량은 늘었어도, 국내산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사과와인이나 매실주, 복분자주 등 과실발효주는 외면받았다.

우리술품평회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백화점에 납품을 시작했지만, 한 달 뒤 돌아온 건 95%가 넘는 재고물량이었다.
“사람들에게 예산사과와인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어요. 공산품 술로 획일화된 우리나라 술 문화를 바꿔 나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화적 상품으로서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곧 농산물 생산을 넘어 농업의 범주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제민 부사장은 “좋은 술을 만드려면 원료가 좋아야 하고, 결국 원료가 생산되는 그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와이너리는 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준다”며 “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빚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시바스리갈이나 잭다니엘처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정책의 기본은 농업만으로 잘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으로, 농민들에게 생산부터 가공·유통·마케팅·판매·체험까지 맡기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며 “하지만 농민들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농업의 범주를 확장해 젊은이들에게 자리와 기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의 : 337-9584
■홈페이지 : www.chusawine.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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