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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신문이 무엇인가요?”

당진시대l승인2015.08.21 22:04l(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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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딸로부터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친구의 초급 영어 회화책을 함께 보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 당황했다는 것이다. 시계 “태엽을 감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를 찾아 넣는 문제였는데 정답을 몰랐다는 것이다.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은 게 아니라 ‘시계 태엽’이라는 말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당연히 시계는 건전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태엽을 감는 시계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변한 것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 필름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필름을 만들던 세계적 대기업 코닥은 2012년 파산신청을 해서, 회생절차를 거쳐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미국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으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발명한 회사가 바로 코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코닥은 자기회사 직원이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필름을 팔아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일본의 니콘이나 캐논과 같은 전자회사들이 코닥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했다. 코닥도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세를 돌이킬 순 없었다.

카메라 필름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 신문, 특히 종이신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인쇄된 신문을 보고 있지만, 그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로 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급격히 줄고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어느 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신문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디지털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독자에게 구독료를, 광고주에게는 광고료를 받는데, 디지털 신문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우선 구독료를 받기가 힘들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신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도래하면서 신문창간과 운영비용이 감소하면서 인터넷 신문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독자들에게 기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또 다른 수입원인 광고료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신문사는 독자들에게는 구독료를 받고, 광고주에게는 광고료를 받는 이중 수입원을 가졌다. 신문 말고는 뉴스를 접하기 어려운 시절, 즉 신문사가 ‘갑’이던 시절에는 이처럼 쉬운 돈벌이도 없었다. 특히 군사독재정권이 신문사의 숫자를 제한하던 시절에는 영업이익이 20-30%을 상회하는 신문사들이 적지 않았다. 신문기자가 직장인 중에는 가장 고임금을 받는 직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달라졌다. 1990년대에는 75%에 달하던 한국 가정의 신문구독율이 최근에는 20% 미만으로 줄었다. 그래도 아직 문을 닫는 신문사는 없지만, 문을 닫는 신문배달지국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구독자의 감소보다 더욱 무서운 파도가 신문사를 덮쳤다. 광고주가 급감한 것이다. 과거 신문과 방송이 유일한 미디어였던 시절에는 심지어 신문에 광고하기 위해 웃돈까지 줘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의 광고지면을 채울 광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이신문 지면만이 아니라 디지털 신문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이 광고시장을 장악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신문의 광고는 대부분 아주 헐값의 저질 광고로 채워진다. 네티즌으로 하여금 더욱 신문을 멀리하게끔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신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코닥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 태엽을 모르는 요즘 세대처럼 장차 손녀딸로부터 “신문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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