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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나눠주세요]
정재희·유정옥 씨 가족(순성면 백석리)
“딸 손잡고 결혼식장 들어가는 게 소원이죠”

남편에 이어 아내도 ‘암’투병
생계 수단 끊겨 가까스로 생계 이어가
한수미l승인2015.08.28 21:12l(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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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그날이었다. 원래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기만 했다. 근데 요 근래 배가 아프더라.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별 일’이 일어났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향했다. 소변을 보고 돌아서려던 그 순간 ‘억’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만삭의 아내가 달려왔다. 나를 깨우고 119로 신고했다. 깨어났는데 속이 안 좋았다. 뭔가 이상했다. 거실 바닥에 연신 토를 쏟아냈다. 덩어리진 피가 나왔다. 그렇게 화목하기만 했던 우리 가족에 불청객 ‘암’이 찾아왔다.

가진 것 없어도 행복했던 우리
웃는 것도 닮은 부부는 20년 전 처음 만났다. 순성면 봉소리가 고향인 남편 정 씨와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아내 유 씨는 소개를 통해 인연을 맺고 직장생활 끝에 당진으로 내려왔다. 고향이지만 일찍 부모님을 여의었기에 가진 것도 하나 없었다. 작은 집 딸린 목장에 들어가 살림을 차렸고 식을 올렸다. 이후 가스 배달을 20여 년간 해 왔다. 부족하고 모자라긴 했어도 아내가 있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기에 정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아내는 만삭 남편은 위암 말기
하지만 하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순간에 ‘암’이 찾아왔다. 남편 정 씨가 쓰러진 그 당시 아내 유 씨 뱃속에는 둘째가 있었다. 그것도 임신 8개월로 만삭이었다. 만삭의 유 씨는 주치의를 잡고 “남편을 살려 달라”며 “남편 잘못되면 나도, 뱃속에 이 아이도 죽는다”며 애원했다. 하루도 눈물을 쏟지 않는 날이 없었다.

기적적으로 말기 암 치료해
기적이 일어났다. 하늘도 아내 유 씨의 눈물을 보았는지 말기 암이었음에도 암들이 제거됐다. 전 처럼의 평화는 아니었지만 다시 가족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둘째가 태어났고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어느덧 첫째 지혜는 고등학교 3학년, 둘째 소연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가족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계가 뒷받침돼야 했다. 결국 돈을 위해 관광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사람이 욕심이 있는지 100원이라도 더 벌고 싶어 몸 생각 안 하고 일했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이 약해지니 다시 병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다시 찾아온 암, 이어진 항암치료
암이 재발했다.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되기에 병원을 찾았더니 암이 장 아래로 내려가고 있단다.  지금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진통제도 듣지 않을 정도의 고통을 안겨주는 항암치료에 병실 바닥을 뒹굴기도 했다. 그는 “그땐 정말 주님만 찾게 된다”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고 있는 그의 팔목엔 군데군데 까맣게 신경이 죽었다.

아내에게도 찾아온 ‘암’
그런데 모진 암이 아내 유 씨에게도 찾아왔다. 단순히 출혈 양이 많은 생리라고 생각했는데 하혈 수준까지 심각한 상황이 이어졌다.
바로 병원을 향했고 그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남편의 암으로 모진 나날을 보냈는데, 아내도 암이라니. 세상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했단다. 아내 유 씨 또한 항암치료를 거쳐 수술해 현재는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남편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아빠, 사랑해! 보고싶어!”
움직일 여력도, 밥 먹을 힘도 없는 정 씨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딸이 있기에 애써 희망을 찾으며 기적을 바라고 있다. 특히 첫째 지혜에게는 못내 미안하기만 하단다. 그가 피를 쏟아 내던 날 지혜는 아빠의 아픈 모습을 보고 말았다. 딸은 부모가 힘겨워 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자랐다. 정보고등학교를 재학 중인 가운데 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얼마 전 “취업하겠다”고 말했단다. 가족 카카오톡 채팅방에도 “아빠, 보고싶어! 병원은 잘 갔어? 사진 찍어서 보내줘”라며 애교 부리는 더없이 예쁜 딸이다. 아내 유 씨는 “나쁜 기억은 딸의 머릿속에서 제발 지워달라고, 상처받지 말아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딸 손잡고 결혼식장 들어갔으면”
투병생활로 인해 남편은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며 아내 유 씨 또한 자궁경부암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다.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가운데 현재 당진시에서 지원하는 긴급생활지원비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꿈 많은 지혜와 아직 더 자라야 할 소연이를 보며 예쁜 옷,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이다.
“아이들이 아빠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꿈을 꿔요. 아이들이 커서 시집 갈 때까지 아빠의 존재가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

한수미 기자 d911112@naver.com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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