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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진숙 씨와 뇌병변 장애1급 딸 민지영 씨
“엄마가 있어, 딸이 있어 우린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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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생활체험관 ‘다살이팜’ 문 열어
장애인 지영 씨, 대학 졸업 후 구필작가로 활동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핀다. 진흙을 뚫고 나와 꽃을 피어내는 연꽃처럼 민지영(39) 씨가 그랬다. 비록 뇌병변1급 장애로 휠체어에 손과 발을 묶어 놓아야 할 정도로 몸 전체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는 연꽃과 같이 환하게 피었다. 그런 지영 씨 곁에는 항상 엄마 정진숙(64) 씨가 있다. 모녀이면서도 친구 같고 자매 같은 둘이 다시 한 번 꽃을 활짝 피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1급 판정을 받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두 딸이 태어났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동생 지영 씨가 이상했다. 언니와 다르게 뒤집기와 배밀이 등이 서툴렀다. 병원에서는 장애 뇌병변1급 판정을 내렸다. 이후 조금이나마 지영 씨가 세상에 발을 딛고 살 수 있도록 신경 수술 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호전되지는 않았다. 결국 지영 씨는 주위의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엄마 진숙 씨와 함께 철창 없는 방 안에서 20여 년간 생활해야만 했다.

“엄마, 나 공부하고 싶어요”
어느 날 지영 씨가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듣고 엄마 진숙 씨는 ‘내가 그동안 지영이를 사육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머리가 띵 했었다고. 그 후로 그는 지영 씨의 든든한 후원자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똑바로 앉아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펜을 잡기조차 어려워, 엎드려 누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익혀야만 했다. 또 공부를 위해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겨우 복지관을 간 날, 학습을 지원해주는 자원봉사자가 오지 않아 엄마 진숙 씨는 서러움에 화장실에서 펑펑 울기도 했단다. 그래도 매일 같이 포기하지 않고 지영 씨는 공부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비롯해 나사렛대 입학을 4년 만에 이뤘다. 지영 씨는 “하나씩 합격할 때마다 너무 뿌듯했다”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졸업까지 언제나 엄마가 항상 곁에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학비 한 번 내고 두 명 공부한 셈이란다. 그렇게 이 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함께 했다.

새로운 ‘꿈’을 꾸다
지영 씨는 졸업하고 3년 동안 직장생활까지 마친 후 당진으로 내려왔다. 모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딸 지영 씨는 그림을, 엄마 진숙 씨는 체험 농가를 구상했다. 지영 씨는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의 미술동아리 담쟁이를 통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구필화가 해랑 민지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엄마 진숙 씨는 체험농장 ‘다살이팜’을 위해 당진시농업기술센터를 오가며 교육을 받으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 씩 배워나갔다.

다 함께 살아가는 ‘다살이팜’
다살이팜은 전통식생활체험관이다. 다 함께 살아가는 먹거리 삶터라는 의미처럼 농촌에서 먹거리를 매개로 자연과 교감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만남의 장으로 만들고자 체험관을 만들었다. 또한 다살이팜은 엄마 진숙 씨가 딸 지영 씨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득 담겨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이 공간을 통해 딸이 사람들과 만나고 행복을 나눴으면 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당 한 편에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것처럼 연 향기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갖가지 장과 효소액 등 전통음식과 전통발효음식을 배우고 이를 또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이밖에도 텃밭에서의 생태체험 및 천연염색, 규방공예 등도 만날 수 있다.

 나르샤와 해랑
이 둘을 보고 있으면 모녀지만 자매 같기도 하고 절친한 친구 같기도 하다. 웃는 것도 똑 닮았다. 엄마 진숙 씨는 ‘날아오르다’의 뜻을 가진 순우리말 ‘나르샤’를 닉네임으로 쓴다. 또 지영 씨는 ‘늘 해와 같은 사람’이란 뜻에서 딴 ‘해랑’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나르샤와 해랑. 지금까지 어려운 길도 힘겨운 장애도 많았다. 하지만 모녀는 해랑과 나르샤처럼 해를 향해 계속 날아오를 것이다.

■문의: 010-2250-6758
■위치: 고대면 연동로463-31
            (고대면 장항리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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