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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19:4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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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농 혁신의 길을 찾다 6]
소농과 가난한 이웃을 위한 직거래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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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더 시티 파머스 마켓을 가다
매주 농민과 소비자로 북적이는 시청 앞

 

금문교(Golden Gate Bridge)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주에서 로스앤젤레스에 이은 제2의 도시다. 5℃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어 눈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연중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지나면 광활한 농업지대가 위치해 있는데, 포도·사과·파프리카·토마토는 물론이고, 닭·소 등의 축산단지가 인근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수산물 역시 풍부하다.

농업이 발전해 있는 만큼 일주일 내내 요일과 시간에 따라 30여 개의 크고 작은 파머스 마켓이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열린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을 도심으로 가지고 나와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소비자들은 농민들과 직접 대면하며 갓 생산된 농산물을 쉽게 사먹을 수 있다. 이렇게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삶에 파고든 파머스 마켓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소농들과 빈민 위해 시작

그중 매주 수요일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광장(Civic Center)에서 열리는 ‘하트 오브 더 시티 파머스 마켓(Heart of the City Farmers’ Market)은 꽤 큰 파머스 마켓이다. 1981년에 시작된 이 파머스 마켓은 작은 농부들을 보호하는 한편, 시내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시작된 장터다.

미국 역시 농업이 기업화 되면서 소농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중심으로 빈민가가 형성돼 있어, 이들의 먹거리와 건강이 큰 문제로 부각돼 왔다. 시민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함께 15명의 농민을 시작으로 파머스 마켓을 열었고, 지금은 교회에서 독립, 모두 60여 개의 농가가 참여하는 파머스 마켓으로 성장했다.

이동의 거리 줄인 ‘로컬푸드’

장터 운영위원회는 파머스 마켓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민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특히 장터의 품목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유기농과 비유기농, 보편적인 것과 색다른 품목의 농산물 그리고 농산물과 먹거리가 고루 갖춰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곳 파머스 마켓에는 반드시 지역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다. 농산물은 이동거리가 3시간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을 판매하며, 과실류의 경우 후숙 과실은 판매할 수 없고, 가지에서 완전히 익은 것만을 판매할 수 있다.

하트 오브 더 시티 파머스 마켓 운영위원회 대표 케이트 크렙스 씨는 “이동의 거리를 줄이는 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라며 “환경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신선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와 기부가 선순환

눈에 띄는 점은 노상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각각의 농민들이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관리부스에서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을 결재하면 녹색 코인으로 교환,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정부의 지원금을 노란 코인으로 교환해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파란 코인은 어려운 이웃들이 이곳에서 사용한 액수만큼 마을과 민간 건강보험사 등에서 기부금으로 농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와 마을, 민간 기업이 나서 어려운 이웃들이 질 좋은 농산물을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농민들의 소득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파머스 마켓의 담당자 케이트 씨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파란 코인을 통해 6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의 수익이 농민들의 주머니로 돌아 갔다”며 “시민들 역시 기부에 참여 가능하며, 그 만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파머스 마켓의 주 대상이 지역의 가난한 이웃들이었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때문에 지금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파머스 마켓을 이용하고, 계속해서 참여를 원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자본과 사회적 약자 공존해야”

하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파머스 마켓이 소농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장터지만 부랑자들이 모여들면서 싸움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일어나, 이들을 제한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켓이 열리는 날에는 치안 유지를 위해 경비요원들을 배치하지만 이에 대한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작은 농민들을 살리고 가난한 이웃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하트 오브 더 시티 파머스 마켓’은 끊임없이 농부들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며 소비자와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

케이트 씨는 “농부들이 일하는 만큼 보상을 받아 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자본과 이들(농민 또는 사회적 약자)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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