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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방자치의 역사: 조선 전기

당진시대l승인2015.10.23 19:41l(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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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두고 정치적 논쟁이 뜨겁다. 정치인들이 역사교과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교육적, 혹은 학문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 역사 해석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여느 정치적 사안과 마찬가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역시 여와 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기록으로서 역사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결국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에 의해서 역사적 진실이 결정된다. 그러나 해석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역사적 사안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역사적 기록이 아예 없거나 부실하거나 외면당하는 사안들이 허다하다.

그러한 사례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의 역사이다. 그로 인해 지방자치가 마치 생소한 외래의 제도인 것처럼 오인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의 역사를 파헤쳐 보면 지방자치는 생소한 것도 아니고 외래종도 아닌 토속제도임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가 500년 오랜 세월 집권한 비결 중 하나는 중앙집권과 지방자치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그러한 중앙과 지방 간의 균형이 깨졌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돼 외세침탈 세력에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의 건국세력은 왕이 임명한 수령이 지방을 전권통치하는 중앙집권 관료체제를 확립했다.

신분과 계층에 따라 주거 지역을 결정했던 고려의 5도 양계 체제를 폐지하고, 8도 체제 하에 330여 개의 군현을 두고, 중앙정부에서 수령을 파견했다. 그러니 개국공신 세력과 그들로부터 소외된 지방 양반층 사이에 갈등관계가 불가피했다. 이씨 왕조가 국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 지배층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보장해 주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발호를 막고 지방향촌을 안정시켜야 했다. 수령으로 대표되는 중앙집권적 권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령의 횡포로부터 민생의 안정을 유지해야 했다.

조선왕조 초기, 중앙정부로부터 군현에 파견된 수령은 지방토착세력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힘은 부족했다. 한편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의 횡포와 부정을 막아야 국가체제에 대한 민심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에, 적절한 수령의 견제세력도 필요했다. 나름의 자치권이 인정된 절충적 통치방식이 불가피했다.

조선 전기 중앙과 지방간의 균형관계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유향소(留鄕所)이다. 유향소는 지방 양반세력의 자치 기관으로 부·군·현 단위로 구성되었는데, 그 기능은 수령을 보좌하고, 향리를 규찰하며, 풍속을 교정하는 것이었다. 유향소는 세금징수, 군역실시 등 국가의 지방통치를 보조하는 동시에, 중앙에서 파견된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이기도 했다. 유향소는 지방수령의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 탄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조선왕조의 지방통치는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관리와 지방거주 사림, 그리고 그 중간지대를 차지한 향리 계층 간의 지속적인 절충과 견제를 통해 이뤄졌다. 비록 신분계급에 의한 봉건체제였지만, 중앙집권적 지배구조와 지방분권적 자치질서가 상호공존하는 국가체제였던 것이다.

조선왕조의 쇠퇴와 패망은 그러한 중앙과 지방의 균형 구조가 허물어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조선왕조 붕괴의 요인으로 사색당쟁과 부정부패와 외세침략을 그 요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교과서적 역사해석이다. 그러나 조선이 당파싸움과 부정부패와 외세침략을 극복할 힘을 갖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조선이 국가적 위기를 맞은 이유도 중요하지만, 왜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는지도 중요한 데 말이다.

조선패망이후 식민지와 남북분단, 군사독재 하에서 시련을 겪은 한국인들은 민주항쟁을 통해 국민적 권리와 국가적 정통성을 회복했다. 그리고 그 조건의 하나로 지방자치의 복원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만큼이나 지방자치 무용론을 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역사적 진실에서 지방자치가 누락되고 외면당하는 탓이다. 지방자치가 정착되려면 지방자치의 역사에 대한 정확한 복원과 해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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