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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 나는 바늘
당신이 가는 곳엔
김동범·이근정(신평면 신당리)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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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마비 온 아내의 손과 발이 된 남편
사랑의 힘으로 30년 간 아내 병수발

a‘실과 바늘’, ‘빛과 그림자’, ‘비둘기 부부’, ‘잉꼬 부부’
이 단어들은 남편 김동범 씨와 아내 이근정 씨 부부를 표현하는 단어다. 한 명이 나가면 또 다른 한 명이 뒤따라 나선다.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얼굴엔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샜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신혼 때와 다르지 않다.

“우린 운명이야”

김동범 씨와 이근정 씨는 동갑내기 부부로 한 달 후면 팔순이 된다. 이 부부는 아리따운 23세 나이에 중매로 만났다. 당시 군 생활 중이었던 김동범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맞선보러 오라는 등기우편을 받았고 5일간 휴가를 나와 이근정 씨를 처음 만났다. 아내 이근정 씨는 김동범 씨의 잘생긴 외모에 푹 빠졌다고 한다. 김동범 씨는 “우리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49세 아내
사랑하기에도 아까운 이 시간에 부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한 아침,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위해 가장 김동범 씨는 회사에 출근했고 아내 이근정 씨는 친한 이웃들과 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 피우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아내 이근정 씨가 쓰러졌고 병원에서는 뇌졸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후 김동범 씨는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병상에 있는 아내를 데리고 당진으로 돌아왔다. 김동범 씨는 당진과 인천에 있는 병원을 오가며 지극정성 간호했다. 그는 그 때를 다시 회상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내에게 달려갔다”고 말했다.

“아내는 나만 기다려”

2년 전, 김동범 씨가 오토바이 사고로 쇄골뼈와 발목을 수술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 가운데도 온통 아내 생각뿐이었단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아직도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파스를 달고 살 정도이지만 사고 난 지 5개월 만에 다시 아내의 간호를 시작했다.

이후 누워만 있던 아내는 몸 상태가 쾌차해 간신히 거동도 가능하게 됐다. 이전에는 김동범 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였지만 지금은 화장실 가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내에게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이 오면서 김동범 씨는 “아내의 몸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다”며 “여차 방심했다간 아내가 떠날 수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김동범 씨는 아내가 감기에 걸릴까봐 노심초사다. 아내는 답답한 마음에 밖에 나가자고 하지만 지금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도 볕이 따스한 날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가기도 하고 아내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씩 모임을 갖고 있는 아내의 친목회도 함께 하고 있다.

한편 회사를 그만둔 뒤로 밭·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동범 씨는 아내를 혼자 둘 수 없어 함께 일을 나간다. 오토바이 뒤에 아내를 앉히곤 혼자 밭을 메고 벼를 벤다. 잠시 집에 아내를 두고 나갔을 경우에는 아내 이근정 씨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리곤 한다.
지극정성 아내를 간호한 덕에 얼마 전에는 노인의 날을 맞이해 대한노인회 신평면분회에서 부처애환상장을 받기도 했다.

챙겨주지 못한 자식에게 미안함과 고마움

살림을 도맡아 해왔던 이근정 씨가 쓰러진 이후 김동범 씨가 빨래, 요리 등 살림을 맡게 됐다.
배워본 적 없지만 어깨 너머로 보았던 것을 익혔다. 이후 아내의 손·발 씻기는 물론 양말도 신겨주는 등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이근정 씨는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며 “이 마음을 말로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1남 5녀를 낳아 키웠던 이 부부는 막내딸이 13세일 때 아내 이근정 씨가 아파 신경을 제대로 써주지 못했다. 큰 딸 손에서 자란 막내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고, 한편으로는 너무 잘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요즘은 주말이면 자녀들이 와서 농사일이나 집안일을 거들기도 한다.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부부의 꿈은 오로지 하나다.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사는 것.
지금 이 모습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더이상 소원이 없다는 김동범·이근정 씨 부부는 죽음은 예고가 없는 것이기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기보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둘이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니까 지금껏 살아왔죠. 제가 아내를 돌보며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사랑의 힘 때문이었어요. 우리는 아직도 진실한 사랑을 하고 있답니다.”


김예나 기자 yena0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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