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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8 22:08
  • 수정 2015.12.21 11:31
  • 호수 1088

[사랑을나눠주세요]
석문면 삼봉3리 김영철 새마을지도자 가족
병마와 싸우고 화마에 집 잃어 ‘한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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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몸으로 나와 목숨만 겨우 건져
백혈병 아내 약값만 월 60~70만 원

▲ 화재로 집을 잃은 김영철 새마을지도자의 아내 최숙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백혈병으로 투병하며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어려움은 겹겹이 쌓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련에 하늘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산다. 살아야 한다. 이따금씩 흘리는 눈물조차 가족들에겐 미안할 뿐이어서, 애써 누르고 참고 견뎌낸다.
석문면 삼봉3리 새마을지도자 김영철(49) 씨는 최근 집을 잃었다.

지난 11일 밤 9시경 아내의 전화를 받고 다급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불이 붙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출동했지만 지붕 안쪽에서 번지고 있는 불길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지어진지 50년 이상 된 옛집은 화재에 취약했고,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집에 마실 온 지인,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있던 아내 최숙(46) 씨는 화목보일러에 나무를 뗀 뒤에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즈음 ‘파팟’ 소리와 함께 형광등이 깜빡거렸다고 했다.

아이가 밖으로 나가보니 지붕 쪽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남편에게 연락했다. 심장이 쿵쾅댔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마는 집을 다 집어삼켜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맨 발에 슬리퍼, 빈 몸뚱이 하나 간신히 위험을 피했을 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을에서 임시거처 마련해줬지만…
칼바람 부는 한겨울 오갈 데 없는 김영철 씨 가족을 위해 삼봉3리 마을주민들이 다급히 방 하나를 마련했다. 다행히 마을에서 운영하는 원룸 중 방 하나가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급한 대로 옷가지를 챙겨다 주고, 밥 해먹을 냄비며, 생필품을 전했다. 하지만 해당 원룸도 이미 계약된 상태로 곧 새로운 입주자가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김영철 씨 가족의 거처 마련이 시급하다.

게다가 연변 출신의 아내 최숙 씨는 지금 9년째 백혈병(혈액암)과 림프구종(임파선암)으로 투병 중이다. 흔히 ‘마약 진통제’라고 부르는 약을 하루에 12알씩 먹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화재로 약도 다 잃어서 새로 약을 받아야 하는데, 약값만 해도 한 달에 60~70만 원씩 든다.

투병을 하면서 항암제 부작용으로 골다공증까지 합병증을 얻은 최 씨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뼈와 연골이 닳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고관절 두 곳과 어깨에 인공관절을 삽입한 상태다. 초·중·고등학생 자녀 세 명 등 다섯 식구의 생계를 남편 김영철 씨가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중기업을 하는 김 씨는 겨울철인 요즘엔 수입이 거의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

어려운 형편에도 마을 위해 봉사
김 씨는 자신의 삶도 넉넉하지 못하면서 새마을지도자로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새마을지도자 석문면협의회 장헌행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소에 성실히 일하면서 지역에 봉사해온 김 씨에게 또 다시 어려운 일이 닥쳐 남 일 같지 않다”며 “부디 많은 분들이 김 씨 가족을 위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형편 속에서도 다행히 세 자녀는 착실하게 잘 자랐다. 공주생명과학고에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큰 딸은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자기 몫을 해내면서도 주말마다 집에 와서 가족들을 돌본다. 석문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은 몸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고, 초등학생 막내아들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몸이 아픈 자신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지만 최 씨는 약해지지 않으려 하루에도 몇 번씩 울음을 삼킨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김영철 씨의 마음도 편치 않다. 김 씨는 “내가 낙심해서는 안 된다”며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 잘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석문 주민들 발 벗고 나서 모금
이들의 딱한 사연을 들은 석문면 주민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석문면사무소(면장 구자흥) 직원들이 성금을 모았고, 석문면 이장단협의회(회장 김철유)·개발위원회(위원장 조규성)·주민자치협의회(회장 임관택)에서도 성금을 전달하고 기업체를 방문해 도움을 구하는 등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새마을지도자 석문면협의회·부녀회(회장 장헌행·원복희)에서는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왜목마을에서 진행되는 해넘이·해맞이 행사에서 먹거리 장터를 열고 이날 수익금을 전액 김영철 지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장헌행 회장은 “많은 분들이 왜목을 찾아와 새해를 맞이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데에도 함께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따뜻한 손길을 기다립니다.
010-3270-8368 (임아연 취재팀장)
010-8823-1014(장헌행 새마을지도자 석문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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