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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지역사회의 조건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진시대l승인2015.12.27 16:43l(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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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학기말이 되면서 예전과 다름없는 구인요청을 지역신문 발행인들로부터 받았다. 취재기자로 일할 신문방송학과 졸업생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성과가 없었다. 신문보다는 방송이나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추천할 학생이 몇 되질 않는다. 그 중 몇몇 학생들을 골라 전화해 봤지만 대부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취업제의를 거절했다.

구직난 시대에 지역신문에서 인재난을 겪는 주된 이유는 ‘지역’에서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드문 탓이다. 필자의 학과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소도시나 읍·면 지역 출신 학생들이 여럿 있지만, 그런 지역 출신 학생일수록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강하다. 고향의 지역신문에 취업해서 즐겁게 직장생활하고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들에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의 지역탈출 욕망이 한국사회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역시 소시 지역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젊은 인구 부족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대도시의 각박한 삶과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젊은층의 소도시 정착 확산을 예상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미국에서 청년층인구 성장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수도 워싱턴으로 최근 7년 사이 인구가 82%나 증가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도심 아파트 임대료가 치솟아 대부분의 젊은 직장인들이 1시간 이상의 먼 거리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반면 과거 저렴하게 도심에 주택을 구입했던 중장년층은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취업난과 주거난을 감수하면서도 청년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문화적, 심리적 박탈감 탓이다. 특히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은 ‘고립되고 뒤쳐진다’는 열등감을 갖고 성장하고, 그래서 빨리 탈출하고 싶어 한다. 비록 고시촌과 원룸촌에서 도시빈민으로 살아갈지언정,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이다. 고향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60-70년대 시골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부모세대처럼 그들도 언젠가는 세련된 도시인이 되리라 꿈꾼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대규모 이촌향도는 후진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래서 인구 1500만 명 이상의 대도시 지역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위치하고 있다. 전 세계 20위권 대도시 중 선진국에 속한 곳은 일본의 동경-요코하마, 오사카-교토와 미국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이다.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인디아, 필리핀, 중국, 파키스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이집트, 타일랜드,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이란, 터키, 나이지리아 등에 위치한다.

한국의 수도권 즉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 밀집지역이다. 과거 산업화 시절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정착하며 만든 괴물이다.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역사회에는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도 없고, 삶의 공간으로서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 제임스 베이콘은 미국 소도시들이 산업화 시대의 도시개발 모델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단순한 일자리나 값싼 부동산만으로 젊은층을 지역사회로 유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살기 좋은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상가와 공원을 도심에 만들라고 권유한다. 그래야 그 지역출신의 젊은이들을 붙들고, 대도시 생활에 지친 타 지역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미래는 거기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인재가 모여드는 지역사회를 늘려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지역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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