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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초등학교 박진애 교사와 1학년 1반
병아리 선생님의 첫 교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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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이들에게 에너지 받아”
단감 맛있다 하니 아이들 손에 단감이 가득

1학년 1반 아이들을 처음 만나기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급훈은 무엇으로 정할까? 자리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둠 구성은 어떤 기준으로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행동하면서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을까? 내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올해 갓 발령 받은 초임교사이기 때문이었다.

박진애 교사의 칼럼 ‘설레임 가득 행복한 첫 만남’ 중에서
<2015.3.23 본지 제1051호>

초임교사로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그 날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했다. 전날 잠도 뒤척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됐다. 그렇게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과 처음 마주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아이들은 어느새 한 뼘 더 자랐다. 고산초등학교 박진애 교사 또한 나이테가 하나 더 늘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마주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헤어질 때가 됐단다. 아쉬움이 앞선다. 아이들에게는 첫 선생님이었던, 또 박 교사에게는 첫 제자였던, 그들의 1년이 어느새 지났다.
  
‘오늘은 아이들과 뭘 할까?’
박 교사가 교문에 들어설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첫 날 교문에 들어설 때만 해도 걱정이 가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뭐하고 놀지, 무얼 하고 놀아야 기억에 남을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올해 신입생들은 유독 에너지가 가득했다.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아이들이었다. 초임교사로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박 교사는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았단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거든요.”

“선생님 단감 드세요!”
단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앞을 아이들과 함께 지나갈 때였다. 무심결에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사과나 배보다 단감이 좋아”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 등교하는 아이들 손엔 단감이 들려 있었다. 한두 개 가져온 아이들부터 봉지 채 담아온 아이들까지. 그날은 교실에서 돗자리를 펴고 함께 단감을 나눠먹었다.
또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난 날이면 아이들이 먼저 알고 박 교사의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고사리 같은 손을 박 교사의 이마에 갖다 대기도 한단다. 박 교사는 “이럴 때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도시 선생님 시골학교 왔네
한 학년에 10반이 넘는 큰 도시의 학교만 다니던 박 교사였다. 하지만 한 반에 10명의 학생이 올망졸망 모인 이곳 고산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은 이들이 전부다. 작은 시골학교인 고산초는 도시학교들과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작은 학교의 매력에 금새 빠졌다. 인원이 적으니 한 명 한 명 모두가 눈에 들어왔다. 일일이 개별 지도가 가능했으며 아이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해 맞춤형 지도가 가능했다. 또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소통하는 관계가 됐다.
한 명 한 명 생일을 챙겨 그날마다 생일파티를 하기도 하고 교실의 작은 규칙도 아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갔다. 또 1일 점검표를 통해 그날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1일 반장으로 매일 매일 번갈아가며 아이들에게 반장의 권한을 줬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것이다.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
박 교사는 42세라는 늦은 나이에 교단에 섰다. 7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성취감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때 문득 5학년 때 담임 교사였던 정종채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는 “그 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단에 섰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꿈 잃지 말길”
“이 아이들은 저에게 첫 제자에요. 기억에 많이 남겠죠. 지난 1년을 돌이켜 생각하면 많이 아쉽고 더 잘해줄 걸 후회도 남네요. 앞으로 아이들이 꿈을 안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1학년 반 아이들의 한마디

김형욱 : 학교 다니니까 재밌어요. 선생님이 친절해서 좋았어요.
               내년에도 만날 거예요.
전찬빈 : 선생님이랑 만들기 할 때가 가장 재밌었어요.
               2학년이 되면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이은혜 : 초등학교 다니면 공부 안 할까봐 걱정됐어요.
               근데 선생님이 잘 알려주셨어요.
이주익 : 선생님이랑 헤어지니깐 슬퍼요. 어려운 내용도 쉽게 알려주셨거든요.
박하은 : 2학년 되는 거 별로 좋지 않아요.
               왜냐면 우리 공부할 때 선생님 못 보잖아요.
유진희 : 그동안 공부가 안 어려웠고 재밌었어요.
               근데 선생님을 교실에서 못 보니 아쉬워요.
박선휘 : 1학년 끝나니깐 좋아요. 방학 되면 친구들이랑 더 많이 놀 거예요.
조성훈 : 1학년이 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서 좋았어요.
               또 선생님이 공부를 잘 알려주셔서 더 좋았어요!
원동혁 :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 예뻐서 좋았어요. 그리고 같이 만들기 할 때가
               최고로 좋았어요. 근데 이젠 헤어지니 엄청 슬퍼요.
김세훈 : 1학년 됐을 때 좋았어요. 2학년이 돼서  더 어려운 공부를 배우고 싶어요.
               박진애 선생님이 올해 같이 공부해 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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