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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6.01.09 16:00
  • 호수 1091

[종교 칼럼] 이상복 대한성공회 당진교회 신부
영원한 그리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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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외수 님의 <그리움>이란 시(詩)를 읽었습니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중략) 나는 사실 외로웠다. 내 육신 곁에 사람들이 많았으나 내 영혼 곁에 있는 사람들은 없었으므로…”라는 시였습니다.
시(詩)를 읽으면서 시(詩) 속의 주인공이 우리 모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날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 많은 사람 속에서 나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소중한 이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우리 옛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고단한 세상살이 가운데 나의 생각을 알아주고, 마음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오늘 오래된 수첩을 꺼내 그 안에 적힌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았습니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몇 달 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소중한 분도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이들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때 가슴 한 쪽에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차올랐습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책상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만년필을 꺼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기도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잉크를 번지게 만들기도 하고, 내가 쓴 기도문을 전달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잊고 지내던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 보십시오. 저처럼 가슴 속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지도 모릅니다. 당장 만나지는 못하지만, 내 생각을, 내 마음을 받아주었던 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그립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그리움’의 대상으로 간직해야 하는 정말 소중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을 살리고, 언제나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시편의 저자가 ‘내 영혼을 소생시키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 하시는도다’라고 노래하듯, 예수님은 내 영혼이 그리워하는 분이십니다. 또한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케 하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는 분도 예수님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그리움이신 예수님을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만나기를 기도하면 어떨까요? 내 영혼곁에 있는 사람들은 없지만, 예수님께서는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져주시기 때문입니다.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 그리고 나의 영혼까지도 순결하게 하시는 분, 마지막 날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해 주시는 그 분, 예수님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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