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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디지털 시대 지역신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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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택시기사가 선망의 직업인 시절이 있었다.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택시기사는 최고의 첨단기술을 다루는 고소득 직업이었다. 한 때 은행원이 최고의 직업인 시절도 있었다. 은행원은 세련되고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자가용 시대 도래하면서 택시기사는 가장 고되고 힘든 직업의 상징이 되었고, 인터넷 금융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은행원들은 대량감원의 대상이 되었다.

한 때 신문기자가 최고의 직업인 시절도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 권력과 언론의 밀월관계가 형성되면서 신문기자는 고임금과 더불어 권력도 부여받은 귀한 직업이 되었다. 각 대학이 앞다투어 신문방송학과를 만들었고, 소위 명문대학에는 언론고시반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신문기자들은 ‘기레기’라며 비아냥거리로 전락했고, 대학의 신문방송학과는 대부분 이름을 바꾸었다.

비록 운수업이나 금융업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택시회사나 은행의 종말을 예고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신문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르다. 신문의 종말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문의 위기는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신문의 위기이다. 종이신문의 독자가 줄었지만 디지털 신문의 독자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스마트폰에 손을 떼지 못하고 사는 이유 중에 하나도 뉴스 때문이다.

신문의 형태가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신문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읽는 신문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일간지 혹은 광역도시에서 발행되는 지역일간지 중에서 골라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의 다양한 창구, 소위 플랫폼을 통해 신문을 읽는다. 모든 신문사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거기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읽는 방법도 달라졌다. 종이신문을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뉴스 혹은 자기가 선호하는 뉴스를 여기저기서 골라 읽는다. 그래서 신문사의 브랜드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신문사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변화는 신문을 무료로 읽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이 등장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유료화를 성공한 신문사는 극히 드물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정도만이 디지털 유료독자 확보에 성공했다. 모두 세계적 시장을 공략하는 신문들이다. 전국단위로 혹은 지역단위에서 디지털 유료신문을 성공한 사례는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 당면한 신문의 위기는 유료 종이신문에서 무료 디지털신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이다. 그런데 일부 주간 지역신문들은 아직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독자층이 디지털 수용이 비교적 늦은 중장년 종이신문 독자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조금 늦게 오는 것일 뿐이다. 머지않아 신문독자가 급감하는 독자절벽에 설 수도 있다. 현재의 인구추세에서 중장년독자들이 고령층이 되면 농어촌 지역 주간신문 독자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지역신문은 비빌 언덕이 남아 있다. 지역뉴스는 그 지역에서 생산유통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신문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도 지역신문의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각 지역 고유의 지역적 기반을 적절히 활용하는 유연한 디지털 지역언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신문 기자라는 직업이 변함없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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