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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총선정치와 지역정치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진시대l승인2016.01.29 17:17l(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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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중에는 정당한 투쟁도 있고, 해서는 안될 부당한 투쟁도 있다. 우선 여야 간의 대결은 정당한 투쟁이다.

향후 집권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제회복, 누리예산, 노사관계 재편 등의 현안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되어 있는 만큼, 여당과 야당이 상호 공격을 하면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은 정당한 민주정치의 일환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정당 내에서도 이념과 노선이나 정책 등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는 내부 갈등은 여야 모두 노선이나 이념과는 무관한 갈등이다. 여당 정치인들은 진박, 친박, 비박 등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야당 정치인들은 당을 쪼개고, 새 당을 만들고, 다시 서로 합치는 등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정당과는 무관한 인사들이 갑자기 정당의 대표나 다름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현재의 정당 내부 갈등은 여야 모두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 소위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다. 공천 과정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권력투쟁 중인 것이다. 정당의 핵심 기능인 후보자 공천 과정이 여야 모두 아직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탓이다.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이후 한국의 제도권 정치는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갖췄지만, 정당의 내부는 아직 민주적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정당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또다른 이유는 정당기능의 핵심인 지역단위 정치, 즉 정당의 지역기능이 극히 부실한 탓이다. 국가가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정당도 지역단위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모든 정치는 여의도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걸 중앙당이 좌지우지 하는 구도다. 그런데 여의도에 진출할 사람을 선출하는 곳은 지역구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차원에서는 정당도 정치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치정보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출할 정치인들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정치에서 정당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지역배타성이다. 야당은 호남에서, 여당은 영남에서 거의 배타적 독점권을 갖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은 중앙당의 텃밭에 불과한 것이다. 지역유권자들은 텃밭의 허수아비나 다름없으니 지역후보자 공천권을 중앙당의 권력자들이 독점하고, 이를 두고 정당내부에서 갈등과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공천위원회나 상향식 경선 등을 내세우며 마치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능한 인물을 공천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 그러나 자기들 스스로도 그러한 절차를 신뢰하지 못해서 내분을 겪고 있는것이 한국 정당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의회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다른 민주국가들은 어떤가?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듣보잡’이다. 정당의 예비선거(primary)제도를 통해 공천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고 있는 덕이다. 그 지역에서 정당을 대표할 후보자를 중앙당에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당원선거를 통해 해결하는 절차이다. 지금과 같이 정당에 가입한 당원이 극소수인 상황에서는 공개예비선거(open primary) 제도를 사용하면 된다. 당원뿐만 아니라 비당원도 예비선거에서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다.

정당의 예비선거제도가 정착되면 중앙당에서 영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구에 갑자기 나타나서 지역주민 행세를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중앙당에 가서 권력자 밑에서 아부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고, 지역에서 정치일꾼으로서 기초를 다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중앙정치보다 지역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예비선거가 정착돼야 “모든 정치는 지역이다 All politics in local”이라는 정치적 진리가 통하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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