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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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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걱정, 돈 걱정…‘내 시간’도 필요해
■40~50대 여성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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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문제에 가장 큰 관심
맞벌이에 육아까지…‘엄마는 힘들다’

 

엄마들은 힘들다. 아이 교육부터 집안일은 고스란히 엄마들의 몫이고, 일터에 나가 돈도 번다. 20대 꽃다운 나이를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어느덧 거울 속엔 40~50대 아줌마가 서 있다. 삶의 전부였던 아이들도 이제 하나 둘 엄마 품 안에서 떠나 홀로서고 싶어 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돌봐온 가족들,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온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다.
40~50대 엄마 8명이 지난 2일 당진시대 신문사 회의실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놨다.

주로 또래 자녀들을 둔 엄마들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모이면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박희란: 고등학생 1학년 큰 아이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취업을 고민할 것 같다.
오경옥: 우리 때와는 시대가 다르다. 우리는 공부만 잘하면 대학을 가거나 취업하는 것에 대해 문제 없었는데, 요즘은 공부를 잘해 명문대학교에 들어가도 취업이 어렵다. 이런 것 또한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
장영란: 자녀가 학생일 경우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거의 자녀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도 고등학생 때는 대학 진학을, 대학생 때는 취직을 고민한다.

중·고등학생, 대학생을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박미상: 아이들 스스로 결정을 못할 뿐더러 요즘 부모 또한 결정을 하지 못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있기도 하고 급격하게 사회가 변화하기도 해서 그렇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니 비용을 들여 상담받는 가정도 많다.
정선아: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대학 진학보다는 우선 고등학교 진학이 고민이다. 당진은 학업성취도가 하위권에 속하는 도시다. 초·중학생까지만 해도 괜찮은데 고등학생이 되면 도시 아이들과 학업 차이가 크게 날 것이다.
장영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 그런데 종일 그것만 갖고 논다. 싸움의 모든 원인이 스마트폰이다. 또래의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컴퓨터, 텔레비전 등 제지시킬 수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가 잔다고 방에 들어가서 불 꺼놓고 이불 덮은 뒤 하면 소용없다.

당진의 교육 문제는 무엇인가?
정선아: 당진에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명문학교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진시에서 농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육에도 신경써야 된다. 당진중이나 호서중의 경우 기숙사를 만드는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간다. 그래서 당진엔 20대 젊은 인재들이 없다. 또한 학교를 잘 다니다가 취업이 되면 타 지역으로 나가는 것도 문제다.
박미상: 당진에도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긴 하지만, 그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당진 아이들은 30%가 채 안 된다. 외부 학생들이 70%를 차지한다. 기업과 연계해 아이들이 당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만이 주도적인 사업이라면 고등학교에서 항만과를 만들고, 대학교에서 과를 개설하는 등 지역과 기업이 연계돼야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이들의 생활과 교육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교육 정보는 어디서 얻는 편인가?
이하윤: 이야기도 있었다. 엄마들은 고급정보 얻어야 하니깐 나가서 5만 원 짜리 식사를 하고, 아빠들은 5000원 짜리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 마디로 엄마들끼리 많이 만나 정보를 교류하라는 것이다.
장영란: 청담동에서 한 두 시간 상담하는데 90만 원이다. 하지만 정보는 엄마의 노력일 뿐, 내가 아는 정보를 자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에는 집에서 살림하는 엄마들보다 나와서 사회활동을 하는 엄마들이 많다.
통계청과 국세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519만 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2014년 기준 맞벌이 부부는 전체 부부(1205만3000가구)의 41.7%에 달한다.
또한 맞벌이를 한다고 해서 남편이 육아를 공동으로 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일·가정 양립 지표’ 자료에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40분, 여성은 이보다 4.85배 많은 3시간14분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와 육아, 병행하기 힘들지 않은가?
장영란: 나가서 하는 일은 내 몫이고 집에 들어왔을 때는 자녀에게 보상을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10시간 놀아주고 나는 2시간 놀아주게 되니 더 재밌게 놀아줘야 겠다는 강박이 있었다.
박미상: 일을 하다보니 늦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남편이 도와주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회식을 갔다. 옷도 지저분하니, 식당 아주머니들이 엄마 없는 아이로 봤다더라. 남편은 이 이야기를 재미있다며 말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또 아이가 사춘기 때 집을 깜깜하게 해놓고 혼자 자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그래서 일을 그만 둔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활동적인 성격이라 일을 해야 겠다 싶어, 적어도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정선아: 공감한다. 식당을 늦게 까지 운영하니까 늦은 밤 집에 들어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애잔하다.

반면 살림하는 엄마들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민자: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도 힘들다.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지만 지금은 자녀들이 많이 컸기에 취미생활을 하면서 보낸다. 우리 아이들은 나보고 재밌게 산다고 이야기한다. 엄마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해야 한다.
박희란: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들을 챙겼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나이를 먹고 자신들끼리 할 일이 생기니까 오히려 내가 챙기는 것을 더 싫어한다. 그래서 내 일을 찾지 않을까 고민했다.

엄마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살림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을 하느라, 진정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아이들의 교육을 일찌감치 마친 여성들은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으나, 아직 자녀가 어린 여성들은 취미생활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으나,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에 비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아깝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를 위한 취미활동을 하는가?
루미코: 한국무용을 당진문화예술학교에서 배웠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데, 재밌더라.
장영란: 낭독동아리 북코러스에서 활동한다. 매주 화요일이면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연령층 등의 사람들을 만난다. 거리가 멀지만 거의 빠지지 않는다.
정선아: 취미생활이 있는 분들이 너무 부럽다. 나는 그냥 아이엄마로만 그리고 가게에서만 일만 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그래도 가게와 병행해 전공했던 한국무용 공연도 했는데, 병행이 힘들다. 올해는 내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겠다.

공연과 전시 등 문화생활을 자주 접하는 편인가?
오경옥: 얼마 전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당진문예의전당에서 공연과 전시를 하는데, 전시의 경우 크게 현수막을 붙여줬으면 좋겠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진에서 접하기 어려운 공연이 있으면 챙겨서 가는 편이다.
장영란: 아이들을 데리고 의무적으로 문화생활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같이 가기를 원치 않다보니 나를 위해 문화를 즐기는 일은 거의 없다.
정선아: 당진의 경우 비교적 좋은 축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는 정말 좋더라. 그러나 타 지역축제는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모를 경우가 많다.
 

<참석자 (사진 왼쪽부터)>
·정선아(45세·솔향레스트랑 대표)
·박미상(47세·해나루시민학교 교사 겸 과외 강사)
·오경옥(52세·한국여성소비자연합 당진지부장)
·장영란(52세·입시학원 운영)
·박희란(47세·어린이책시민연대 회장)
·이민자(58세·주부)
·루미코(51세·교원 정수기 근무·일본 출신)
·이하윤(56세·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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