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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명철 송산종합사회복지관장
‘평화의 소녀상’제막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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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날을 알리는 1일은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으로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다.

제97주년을 맞이하는 올 삼일절은 우리 당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충남에서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돼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당진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모금으로 1000여 명이 함께 했고, 34개 단체의 참여로 약 6000만 원의 성금이 모아지면서 당진 출향작가인 배효남 작가의 재능기부로 당진 ‘평화의 소녀상’이 만들어졌다.

오늘의 이 순간까지 올 수 있는 동력은 ‘당진 어울림 여성회’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작년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실체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이듬해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열어 ‘수요시위’ 불린다. 당초에는 작고 시끄러운 목소리로 치부됐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증언과 함께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일본)”이라며 일본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수요시위가 1000번째를 맞이하던 2011년 12월에는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필자가 당진에 정착하기 이전 1998년부터 6년 동안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 속에 한 할머니의 고함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국가 부도의 최악 사태에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우리 현실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악감정을 풀고 용서하자는 내용의 말을 흘렸었는데, 한 할머니로부터 “왜? 일본을 용서해야 하냐!”라는 짧고 굵은 외마디의 외침의 소리가 나의 정신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이 할머니가 바로 우리가 쉽게 말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였던 것이다.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거주하시는 몇 년 동안 반듯하고 묵묵하게 생활하셨던 할머니의 가슴 아픈 과거의 그림자는 할머니만의 비밀이었던 동시에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의 모습이었다. 이 숨겨진 비밀의 벽이 일본을 용서하자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피해자 할머니에게는 비수가 되어 저미는 가슴 속을 열고 외마디의 소리를 외쳤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과 명예회복에 대한 배려와 예우는 고사하고, 용감한 고백과 증언을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했는가? 정절을 잃은 여인이라고 낙인을 찍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는가?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에서도 생생하게 반영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은 할머니의 면전에서 직원들은 신고 받은 실적이 없다 하면서 “이런 걸 당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신고하겠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그래, 내가 그 미친×이다”라고 고함을 치는데 그 모습이 사뭇 결연해 보였다.

“그래, 내가 그 미친×이다”이라며 용감한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의 모습을 세상에 알린 피해자 할머니는 우리 당진시에 거주하는 한 분의 할머니를 포함해 44명만이 생존해 계신다. 
당진 ‘평화의 소년상’의 추모문의 글귀처럼 “일제에 의하여 꽃다운 나이에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인권과 평화가 넘치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바라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박한 꿈들을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픈 마음과 육체를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인권과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는 사회적인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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