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타투이스트 이혜진 씨와 아동모델 왕엘리야 모녀(원당동)
“몸에 새기는 예술…편견 없이 봐주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아노 전공에서 타투이스트로
“하고 싶은 일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행복”

“하나의 예술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읍내동 성모병원 앞에서 ‘홍타투’를 운영하고 있는 이혜진 씨(37·원당동)는 올해 12년차 타투이스트다. 남편 왕지헌(35) 씨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몸에 그림을 새기는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혜진 씨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문신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의 취향도 처음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남편이 좋아하던 타투를 함께 한 뒤로 타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루에 몇 시간 씩 그림만 그릴 정도였다. 피아노를 전공했던 혜진 씨는 악기에서 손을 놓은 뒤 혼자서 타투를 익혀갔고 남편에게 소질을 인정받았다.

지독한 편견과 싸우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타투는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노출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타투를 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글씨나 문구를 새겨 넣는 ‘레터링’이나 나비, 꽃 등 작은 문신을 발목 등에 새기는 타투가 유행하고 있다. 좀 더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팔 전체 또는 몸통에 옷을 입은 것처럼 새기는 ‘이레이즈미’도 인기를 끌고 있는 문신이다. 이렇게 타투의 대중화로 몸에 새기는 그림과 글씨가 무척 다양해졌고,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타투를 한 사람은 지독한 편견과 싸워야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혀를 끌끌 차기 일쑤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감내해야 한다. “왜 그랬니”, “나이 들어 후회할 거야”와 같은 걱정 어린 시선은 물론이고, “조폭(또는 양아치)이냐”는 심한 말까지 들어야 했다. 심지어 일부 사우나나 수영장에서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기도 한다고.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의 시선이 상처로 남을 때가 있다.

혜진 씨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타투를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싸우기 일쑤였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1년 여 간 부모님 댁에 발길을 끊기도 했지만, 부모님도 결국 혜진 씨의 열정 앞에 딸을 인정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혜진 씨다.

아픈 기억을 감싸주는 사람
타투이스트로 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상처 있는 다른 사람에게 타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했을 때다. 손님으로 찾아온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간질을 앓고 있던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가끔 아이가 발작을 일으킬 때면 이를 무척 괴로워했다. 아버지는 아이가 발작을 할 때마다 담뱃불로 자신의 팔을 지지곤 했다고. 팔 곳곳에 남은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져갔다. 그런 아버지의 팔에 혜진 씨는 멋진 잉어를 그려줬다.

상처는 잉어의 눈이 됐고, 반짝이는 비늘이 됐다. 혜진 씨는 그 당시 일을 떠올리며 “타투로 아픈 기억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다”며 “타투이스트로서 더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문학과 노래가, 그리고 그림이 때때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타투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혜진 씨는 타투이스트 역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깜찍하고 예쁜 딸 엘리야
한편 혜진 씨의 딸 왕엘리야(6)는 아동모델로 활동 중이다. 아기 때부터 깜찍하고 이국적으로 생겨 지인이 KMA어린이모델 선발대회에 나가보라고 제안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사진을 올렸는데, 입상하진 않았지만 사진을 본 관계자로부터 캐스팅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해 람베베·꼬마리본·오트밀·수지벨리 등 아동 관련 쇼핑몰에서 메인모델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소속사에도 들어갔다.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 왕엘리야는 꽤 유명인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도 컸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축 쳐져 있는 아이에게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컨디션이 좋을 리 없는 아이가 짜증이라도 내면 “모델한다고 생색 내냐”고 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혜진 씨의 마음도 많이 아팠다.

“타투이스트로 일하는 저와, 다이버인 남편처럼 엘리야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산다고 선입견을 갖고 보지 않길 바라요. 타투했다고 다 양아치는 아니거든요.”

■문의:010-2788-0089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