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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범죄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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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범죄와의 전쟁을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rbb 방송[1]은 증가하는 베를린의 소매치기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대도”라는 제목의 프로그램[2]은 전 유럽을 무대로 종횡 무진하는 소매치기 조직을 추적 보도했다. 2015년 한 해, 베를린 경찰 당국에 신고된 소매치기는 4만 건 이상이 된다. 파리, 베를린, 로마를 오가며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주로 루마니아 출신의 젊은이들로 확인된다.

범죄의 증가 때문인지, 베를린 일간지 Berliner Morgenpost[3]는 베를린 지역 내 기차역과 지하철역에 더 많은 무인감시 카메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565개의 카메라가 도시 주요 역사를 중심으로 설치되었는데, 향후 850만 유로의 집중투자를 통해 무인감시 카메라의 증설을 밝혔다. 언론과 더불어 베를린 시와 경찰 당국 그리고 철도청과 지하철 공사에서 무인감시 카메라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며 그 당위성을 얻어 갔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증가하는 범죄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들은 우리가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할 정치, 경제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베를린 시에 국한된 이슈들이 아니다.

먼저, 범죄율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세계화된 자유시장 경제에서 안정된 삶의 보장이 없는 극빈 국가와 극빈자들의 증가로 본다. 소매치기 기술을 배우며 성장하는 루마니아의 어린아이들은 기아와 궁핍이 초래한 결과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양극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둘째, 소매치기에서 극단적인 테러행위 더 나아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세계 곳곳의 전쟁들은 모두가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범죄 또는 폭력들이다. 인간의 역사는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명히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모호해진 논리에서 안전과 보호라는 당위성은 합리화되고, 감시와 관리체계는 계속적으로 증가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 방지 법안을 통과하며 무인감시 카메라를 증설하는 나라들에서 오히려 더 많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해하다.

셋째, 세상은 점점 우경화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본 정치판에서 그리고 독일 대중운동에서 우경화되는 사회는 눈에 띄게 나타난다. 내 주변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은 점점 증가하는데, 이들을 자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담장과 두터운 철문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보호장비가 되었고, 무장 경비원의 등장을 당연한 필요로 인식하는 무서운 사회가 되었다.

넷째, 각박하다는 표현이 잦아지는 사회가 되었다. 현대 기술 문명의 발전은 인류사에 더없이 안락한 사회를 위한 성과물로 보이지만, 인간의 폭력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는 아닐 것이다. 각박하다는 표현, 삶이 힘들다는 언성은 한국과 독일에서 마찬가지다.

베를린에서 전해 듣는 소매치기 이야기와 지하철역에 무인감시 카메라를 증설하는 도심의 변화는 방대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세상은 역사적 경위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다는 현대사회가 지금 범죄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이 범죄와의 전쟁은 한 지역으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또한, 무감각하고 무관심했던 세상사가 내 삶의 변화에 크나큰 영향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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