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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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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민원인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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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은 불편하다. 시민에 대한 친절을 강조하지만 어쨌든 공무원에게 민원인은 불편한 존재다. 시가 추진하는 사안, 또는 시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해 민원인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해결책을 마련하려 해도 민원인들은 불만족스러워 하고, 행정을 불신하고, 때로는 집회를 여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며 반대한다. 공무원들에게 민원인들은 불편한 존재다.

지난 2008년 서울 용산구청에서는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민원 제기에 대해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인 간판을 게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간판을 게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산 참사(용산구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남일당 건물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사건)’가 있었다.

생존을 위한 철거민들의 반발을 ‘생떼거리’로 규정한 용산구청 직원들이 그 간판을 게시했을 당시만 해도 그렇게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원인은 그저 ‘공적 업무’를 방해하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불편한 존재였을 뿐….
기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제보를 받아 취재를 진행해 왔다. 민원성 제보의 경우 대부분은 주민들이 여러 차례 당진시 등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을 때, 절박한 심정으로 언론사를 찾는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민원인의 얘기를 듣고, 당진시의 입장을 취재할 때면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비교적 친절하게 시의 입장을 기자에게 설명해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엔 상당히 고압적이고, 사무적이고, 귀찮은 듯이 대하는 불친절한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기자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불만을 얘기하는 공무원도 겪어봤다. 일부가 전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전부를 욕 먹인다.

당진낙협이 추진하는 육성우 목장과 관련한 논란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송산면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가운데, 반대대책위원회와 당진낙협이 겨우겨우 접점을 찾아 합의에 이르렀지만, 송산면 유곡리 엠코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진시는 지난 7일 민원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이 사안을 다뤘다. 회의에는 당진낙협 관계자와 엠코타운 주민대표, 그리고 당진시청 간부급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민원조정위원들이 자리했다. 민원조정위원회를 열기에 앞서 위원들은 현장을 방문했는데, 낙협 측 관계자들은 현장방문에 함께했던 반면, 주민대표는 참석하지 못했다.

민원조정위원장인 정병희 부시장은 “현장방문에서 주민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지만, 반대대책위원장은 “현장방문에 함께 하겠다고 당진시에 미리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몇시에, 어디서 모이는지 알리지 않아 부랴부랴 현장을 찾아갔을 땐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원조정위원회가 열리자마자 이를 비롯한 주민 측의 불만 제기와 건의가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정병희 부시장은 “이미 수차례 들어 알고 있다”, “그런 얘긴 하지 마시라” 등 다소 짜증스러운 말투로 민원인들의 말을 여러 번 가로 막았다. 그리고 일부 민원조정위원들은 주민 측이 “한마디만 더 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하자 들으란 듯이 짜증 섞인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론 육성우 목장 민원에 앞서 장시간 이어진 다른 안건 논의로 이미 민원조정위원들은 지쳐 있었고,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반복해서 듣는 건 인간적으로 꽤나 참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상대 측과 동등한 발언 기회와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민원인들을 제제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공무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지 모르는 그러한 태도에 민원인들은 불안을 느낀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행여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모를까봐 자꾸만 했던 얘기를 반복하게 된다.

혹시 이러한 주민들의 모습이 민원조정위원들에게는 ‘생떼거리’로 보였던 건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판단, 공정한 민원조정에 앞서 민원인들에 대한 공직자들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비춰보길 바란다. 백화점 직원, 비행기 승무원, 콜센터 직원과 같은 감정노동자들에게 주입된 과도한 친절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대하든지 당진시 공무원으로서 시민에 신뢰를 주고 품위를 지키는 말투와 행동은 필요하다.

※첨언: 이번 칼럼으로 인해 앞으로 당진시 관련 각종 회의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주민의 알 권리를 거부당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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