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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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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정희숙 백석보건진료소 소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건강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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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누미 봉사단체 만들어 활동
어려운 나라 위해 국제보건교육도

마을 어르신들의 아프다는 전화 한 통이면 자다가도 어르신을 찾아간다. 진료시간이 지났지만 부모라고 여기고 그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려 한다. 때로는 엄마 같이, 때로는 딸 같이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는 정희숙 백석보건진료소장이다.

그는 지난 1일자로 본당보건진료소를 떠나 백석보건진료소장으로 부임했다. 어디에서건 그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교통이 발달해 몸이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은 많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가까이에서 찾으면 바로 달려와 줄 수 있는 정 소장이 최고다.

23년 간의 인연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정 소장은 간호학을 전공했다. 교사를 꿈 꿨던 그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을 보니 간호사가 돼 있었다고. 부산백병원 수술실에서 5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그는 결혼하면서 직장을 나왔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닌 결혼하면 일을 그만둬야하는 것이 사회 통념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세월이 흘러 대한간호협회 신문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충청남도에서 보건진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그리곤 충청남도에 위치한 보건진료소로 근무를 신청했다. 그렇게 보건진료소와 정 소장의 인연은 23년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보령시에 위치한 외연도보건진료소를 시작으로 서천군보건진료소에서 1년 6개월, 순성면 백석보건진료소에서 10년, 송악읍 본당보건진료소에서 10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백석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됐다. 정 소장은 “친정을 찾아가는 기분”이라며 “당진에서 처음 근무했던 백석보건진료소를 다시 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보건진료소 존재의 이유
23년 간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많지 않았다. 급한 상황이 찾아와도 교통이 편리해 지역민들은 큰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정 소장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심쿵한(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본당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한 어르신이 쓰러져 의식불명이었다. 빨리 오라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고 찾아가 살피니, 어르신의 맥박은 뛰지 않았다. 급하게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병원으로 옮기는데, 10분이면 가는 거리가 이렇게 멀다고 생각한 적은 처음이었다고. 심폐소생술을 계속 하고 있었기에 지칠 때로 지쳐있는 상태에, 마침 어르신이 깨어났고 어르신은 혼자 힘으로 병원에 들어갔다. 이때 정 소장은 보건진료소가 지역에 가까이 있기에 어르신을 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보건진료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란다.

심장이 벌렁벌렁한 일도 있지만, 감동적인 상황도 찾아온다.
몇몇 어르신은 자신을 잘 챙겨줘 고맙다며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가져온다. 가지 2개, 오이 2개···. 정 소장에게는 정해진 식단이란 없다. 어르신들이 가져온 싱싱한 농산물이 그에겐 오늘의 반찬이다. 정 소장은 “이것저것 챙겨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어르신들이 땡볕에서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이란 것을 잘 알기에 죄송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면 보람도 기쁨도 두배
한편 정 소장은 보건진료소 직원 및 보건소 직원들과 ‘행복나누미’라는 봉사단체도 만들었다. 2007년에 창단한 행복나누미는 정 소장이 소외계층과 독거노인들의 사례를 관리하다가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단체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봉사단체다.

현재 12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회원들의 가족들도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에 요양원으로 봉사를 나가는 행복나누미는 가정의 달에는 어르신들과 카네이션을 만들거나 가족들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했다. 이들은 시기별로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금 일이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하지는 못해도 오랫동안 끈기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나라도 돕고 싶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 소장은 얼마 전부터 또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그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건시니어 국제협력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의료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보건진료소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과정이다. 그는 서울까지 올라가 관련 교육을 받는다.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어요. 또한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친정 부모님처럼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제 소신껏 오래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제가 필요한 분들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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