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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규찬 씨♡하노이 신부 프엉 씨
언어도 장애도 사랑 앞엔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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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 장애도 사랑 앞엔 문제 없어
수천 명 하객 앞 떨리는 결혼식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입장한다. 그녀가 양 볼을 분홍빛으로 붉히며 배시시 웃자 그는 그녀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수천 명의 하객이 축하의 박수를 던지는 가운데 평생 사랑하겠노라고 서약을 맺었다.

남편은 장애로, 아내는 외국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결혼이라는 벽에 항상 부딪혔다. 그렇게 돌고 돌았다. 인연이었는지 남편 황규찬 씨와 아내 응오티 푸엉 씨는 결국 백년가약을 맺었다.

장애인합동결혼식서 식 올려
황규찬 씨와 응오티 프엉 씨가 지난 5월 31일 충남도에서 주최한 장애인합동결혼식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식장을 입장하기 앞서 아내 프엉 씨는 “가슴이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황규찬 씨는 아내에게 “우린 할 수 있다”며 “평상시대로 하면 무사히 마칠 수 있다”고 다독였다. 덧붙여 황 씨는 “사실 나도 온 몸이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긴 힘들었어요. 그때 충남지체장애인협회 당진시지회 김평호 회장님이 소개시켜줘서 합동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죠. 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너무 예쁘고 환상적이었어요. 그런 아내와 결혼을 하고 식을 올리니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릴 때 청력 잃어
한편 황규찬 씨는 청각장애가 있다. 석문면 교로1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청력이 좋지 못했다. 어촌에서 태어난 그는 친구들과 함께 바다에서 물놀이를 자주했고, 물이 귀에 들어가며 어느 순간부터 아예 청력을 잃고 말았다. 지금은 보청기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데에는 문제없다. 그는 현재 충남지체장애인협회 당진시지회 소속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하노이 신부 프엉 씨
아내 응오티 프엉 씨는 베트남 출신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차로 4시간을 더 가야 그의 고향이 나온다. 그는 지난 7년 전, 22살 어린 나이에 한국을 찾아 서울에서 원단을 재단하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때 황 씨의 지인이 프엉 씨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의했고, 그렇게 당진에 사는 황규찬 씨와 서울에 사는 프엉 씨가 만나게 됐다.

국적도, 장애도 문제 없어
둘은 삽교호 관광지의 한 커피숍에서 올해 1월1일에 처음 만났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에선 서로 다른 국적도, 장애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프엉 씨가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기에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후 서울로 올라간 프엉 씨와 황 씨가 연애를 시작했다. 한국어 또한 유창한 프엉 씨 덕분에 문자로 연락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또 장애가 있어도 황 씨에겐 보청기가 있었기에 틈틈이 전화로 서로에 대해 묻고 사랑을 확인했다. 3개월 후에 프엉 씨가 당진으로 내려왔고 곧 결혼식까지 올리며 이제 한 집에서 평생을 함께하는 사이가 됐다.

“한 번도 싸운 적 없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질 않았어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차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집에 가는 것이 즐거워요. 절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황 씨는 아내 프엉 씨를 데리고 할 것이 많단다. 프엉 씨의 국적 취득과 함께 운전할 수 있도록 면허시험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또 보여 주고 싶은 곳도 많다. 이미 삽교호와 왜목마을 등 지역 곳곳을 함께 여행했지만 아직도 함께 가보지 못한 곳, 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그는 “아내와 함께 부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함께하자”
한편 황 씨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형이 운영하는 봉교낚시터에서 틈틈히 일을 돕고 있는 그를 위해, 아내 프엉 씨는 매일 아침 낚시터를 한 바퀴 돌며 정리하고, 다시 집에 들어와 그를 위해 따뜻한 된장찌개를 끓인다. 또 황 씨의 부모님을 자신의 부모님처럼 모시는 모습에 고맙단다. 부모님 역시 그런 프엉 씨를 “아가야”라고 부르며 따뜻하게 반겨준다. 덕분에 부부의 집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황 씨는 “아프지 말고 가족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서로에게 잘 하며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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