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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송전선로 현장르포 3 석문면 교로리
화력발전소와 고압 송전선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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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죽거나 투병 중인 환자 23명
당진에코파워 두고 주민 갈등에 공동체 와해

▲ 당진화력발전소와 송전철탑

해가 뜨고 지는 왜목마을. 당진 제1경으로, 당진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너른 간척지를 끼고 마을을 지나다 보면 흰 연기를 뿜어대는 당진화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지럽게 하늘을 덮은 검은 전선들과 거대한 철탑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마주하는 ‘첫인상’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훈훈한 인심은 옛말이다. 석문면은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피해는 물론이고 송전선로로 인한 주민들의 스트레스 및 건강 문제, 당진에코파워 자율유치 찬·반을 둘러싼 주민 갈등으로 지역 공동체는 와해돼 가고 있다.

처음 발전소 몇 기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그런 정도일 줄만 알았다. 전기를 만들었으니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해서 얼추 세우면 그만인 줄 알았다. 하지만 1999년 1호기가 준공된 이후 지금까지 발전소는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고, 어느덧 9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제 9월이 되면 10호기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게다가 그 바로 옆에 당진에코파워 1·2호기를 또 짓겠단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자본의 욕심…. 주민들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른다. 이렇게 가만히 두면 왜목마을은 사라지고 10기고, 20기고 발전소가 마구잡이로 들어올 것만 같다.

석탄화력 최대 밀집 지역

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당진에코파워는 지난 2008년 동부화력발전소로 처음 거론돼 여태 이어지고 있다. 한 때는 동네사람은 물론이고, 석문면민들이 나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보다 기업은 더 끈질기고 집요했다.

주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면서 힘을 잃어 갈 때, 자본을 앞세운 기업은 더 견고해져 갔다. 동부화력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하게 되자 SK가스가 뛰어 들었다. 그 사이 지난한 싸움에 힘을 잃은 주민들은 분열하기 시작했다. “절대 안 된다”는 사람과 “어쩔 수 없으니 실리를 찾자는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석문면 교로리는 화력발전소 최대 밀집지역이 될 것이다. 거기에 서산으로 이어지는 154kV 송전선로와 정미면 사관리로 향하는 765kV 송전선로가 함께 지나간다. 이것도 모자라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까지 345kV의 송전선로가 또 계획돼 있다.

새롭게 건설된 당진화력 9·10호기(각 1020MW), 앞으로 건설될 당진에코파워 1·2호기(각 580MW)를 합치면 총 3200MW 규모의 전기가 또 생산될 예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송전선로의 추가 건설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송전 안정성을 위해 용량을 넉넉히 건설하면 또 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온다. 곧 발전소는 송전선로를 낳고 송전선로는 발전소를 낳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렇게 지역이 황폐화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8년이 흐르고 있다.

암으로 죽거나 투병 환자 23명

앞서 <당진시대>에 보도된 것과 같이 구룡동과 정미면 사관리에서 여러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것처럼 석문면 교로2리에도 암으로 죽거나 투병 중인 환자가 23명에 달한다. 최근에도 48살 젊은이가 위암·임파선암 등 4개의 암이 겹쳐 발생하는 다발성 암으로 죽었다.

한 주민은 “전자파가 직접적인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발병한 암의 진행을 가속화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쌍둥이를 낳았는데 미숙아로 태어나 계속 병치레를 하고 있다”며 “대학병원 의사에게 ‘왜 이렇게 아이들이 아픈지 모르겠다’고 하자 ‘미세먼지가 이렇게 가득한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전자파가 인체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과학적 입증이 없다는 발전소와 한국전력의 주장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아지 새끼도 죽고, 가축도 기형을 낳는데 인간이라고 괜찮겠소? 전국에서 난리인 문제를 정작 몇몇 지역사람들이 찬성하고 나서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 발전기금? 제 아무리 돈 주면 뭐해, 사람이 이렇게 죽어나가고 있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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