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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눠주세요]순성면 봉소리 원티다이 씨
세상 떠난 남편…홀로 남은 다문화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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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까지 내야 할 돈은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엄마, 왜 울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촉촉한 엄마의 눈가를 훔치는 5살배기 수연이. 수연이는 아빠의 죽음조차 모르고 있다. 아빠가 보고 싶다며 찾a는 수연이에게 엄마 원티다이(베트남 출신·25) 씨는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다. 그는 “남편이 보고 싶다”면서 “수연이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너무 막막하다”고 힘겹게 말했다.

스무 살에 시집온 ‘어린 신부’

순성면 봉소리에 살고 있는 원티다이 씨와 수연이는 지난 달 남편을 떠나보냈다. 남편은 재발한 구강암으로 지난 3월부터 4개월 간 병원에서 투병을 하다 결국 눈을 감았다. 한국에 올 때만해도 원티다이 씨는 남편의 병을 모르고 있었다. 5년 전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을 찾았던 그는 남편을 만나 수연이를 낳았다. 넉넉하진 않지만 세 가족은 행복했다. 하지만 완치된 줄 알았던 남편의 구강암이 다시 재발했고, 마지막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 채 모녀의 곁을 떠나버렸다.

아버지 죽음에 이어 남편까지

남편의 죽음이 있기 전, 그는 베트남에 계신 아버지 또한 떠나보냈다. 임신 5개월 쯤 베트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내내 울기만 했다. 아버지 장례식 조차 갈 돈이 없어 발을 구르다 겨우겨우 마련한 돈으로 베트남에 갔다. 그렇게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아버지를 보내야 했다.
원티다이 씨는 남편의 임종 또한 보지 못했다. 병원에서 간호를 하던 그는 딸 수연이가 너무 보고 싶어, 간호사에게 남편의 상태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연이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그 사이 남편이 위독하단 연락을 받았고 부랴부랴 병원을 갔지만 남편의 숨은 이미 끊겨 있었다. 그는 “너무 힘들다”며 “남편이 떠날 때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낼 돈은 이렇게 많은데…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현실적인 고통이 뒤를 따랐다. 어려운 생활 형편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날들의 연속이다. 원티다이 씨에게 남겨진 것은 남편의 명의로 된 작은 아파트 뿐이지만 이마저도 대출금 8000만 원을 갚아야 한다. 남편이 마지막 유언으로 공책에 남긴 글에는 ‘아파트 대출금 한 달 57만 원, 핸드폰 8만 원, 가스비·관리비 20만 원, 인터넷·TV요금 3만5000원, 정수기 3만 원, 아기보험료 4만 원, 원티다이 보험료 12만 원’이 적혀 있었다. 모두 매달 납부해야 할 돈이다. 집이 있어도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남편 사망으로 받은 보험료와 지금까지 모아 둔 돈, 남편의 퇴직금은 모두 치료비로 사용했다. 혹여나 남편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며 휴게실에서 쪽잠으로 4개월을 버텼는데, 남은 것은 남편의 빈자리와 매달 갚아야 할 대출금 뿐이다.

현실과 다른 한국에서의 삶

최근 어려운 일을 잇따라 당하면서 그는 현재 일손을 놓고 있다. 50세인 친정어머니가 조금씩 돈을 벌어주긴 하지만 대출금과 보험료 등을 납부하며 모녀가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머니가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도 어려운 형편으로 살아온 원티다이 씨에게 지금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도 무겁기만 하다. 가난한 형편에 살면서 중학생 때부터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가족들의 생활에 보탬이 될까 싶어 낯선 한국에 오기로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남은 가족인 수연이가 건강히, 행복하게만 자라는 것이다. 그는 “아빠 없이 자라게 될 수연이가 너무 불쌍하고 또 미안하다”며 “혹여 엄마는 외국인인데다, 아빠는 없다고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것은 아닐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빠를 꼭 닮은 수연이를 볼 때마다 원티다이 씨는 남편이 떠오른다. 그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수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당진시대 신문사 355-5440
한수미 기자 010-3222-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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