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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성찰하는 순례길
당진의 문화숲길을 찾아서 7 버그내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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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조성돼
‘범근내포’에서 따라온 길

솔솔 부는 바람을 만끽하며 걷는다. 요즘 같은 뙤약볕에 걷기엔 무리지만, 봄에는 유채꽃, 늦여름에는 해바라기가 걷는 이들을 반긴다. 지난 봄, 당진지역민뿐 아니라 타 지역민들이 여사울성지에 모였다. 다들 뜨거운 볕을 차단시켜 줄 벙거지 모자를 쓰고 손 토시까지 입었다. 홀로 오는 사람도, 같이 걷는 부부도, 그리고 엄마아빠를 따라 킥 보드를 타는 귀여운 꼬마도 함께 버그내 순례길을 걸었다.  
 
비신자도 함께 걷는 ‘버그내 순례길’
당진은 한국 천주교회의 못자리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정도로, 충청도 최초의 성당인 합덕성당과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가 모두 당진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는 2008년 버그내 순례길을 조성해, 여사울성지 - 신리성지 - 합덕성당 - 솔뫼성지까지의 코스를 만들었다. 2008년 이전에도 소규모로 도보순례가 이어지기도 했다. 버그내순례길은 ‘범근내포’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다. 물이 흘러넘치면 상인들이 오고 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합덕에 장터이름이 버그내가 됐고, 이를 본 따 버그내 순례길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한편 5월 1일과 9월 1일에는 당진지역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함께 걷기도 한다. 다음달 1일에 열리는 17번째 도보순례는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여사울성지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일반인들도 버그내 순례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찾고자 많이 방문하고 있다. 이에 당진시에서도 순례길 내 편의시설, 무명 순교자의 묘 등 거점 공간 조성, 도로 이정표 및 안내판 등 안내시설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호 바오로 신부는 “걷는 것은 내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며 “육체적으로 걷는 것을 떠나 정신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등의 생각들이 걷는 내내 이뤄진다”고 말했다.

유적지 관람도 가능
버그내 순례길 코스는 여사울성지부터 솔뫼성지까지 이어지지만 구간 중간에 합덕제 중수비, 원시장·원시보 형제의 우물터, 무명 순교자의 묘역 등 천주교 역사 유적지가 많아 많은 이들이 중간 지역으로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순교자들의 묘를 보면서 그들의 영을 기리기도 한다.

한편 여사울 성지를 출발점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4km 넘짓 걷다 보면 구합덕성당이 나온다.
구합덕성당은 천주교 박해가 끝나고 1890년 아산에 위치한 공세리 성당과 더불어 충청도에 첫 번째 성당으로 세워졌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45호로 지정된 합덕성당은 올해 126주년을 맞는다. 정면의 종탑이 나란히 세워진 것과 출입구와 창이 무지개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합덕성당에서 30분 정도 걷다보면 원시장·원시보 형제의 우물터가 있고, 이어 신리성지가 보인다. 신리성지는 조선시대 천주교 수용초기부터 형성된 가장 큰 교우촌으로 당시 신리에 살았던 주민 400여 명이 모두 신자인 마을로 알려져 있다.

버그내 순례길 이용호 바오로 신부는 “아산의 공세리성당부터 합덕, 면천을 지나 서산 해미까지 버그내 순례길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으면 한다”며 “버그내 순례길을 통해 순교자들의 뿌리, 죽음까지 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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