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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0.08.14 00:00
  • 수정 2017.08.09 13:58
  • 호수 334

고산감리교회 장재환 담임목사가 추천하는 <게으름의 찬양>
위대한 업적과 성취는 서두름이 아니라 '쉼'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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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장재환 고산감리교회담임목사

위대한 업적과 성취는 서두름이 아니라 ‘쉼’에서 나온다
게으름을 피우며 읽는 70쪽 얇은 책에 광활한 지혜가

<게으름의 찬양 designtimesp=3956>

쟈끄 러끌레르끄 지음 / 장익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2,200원 / 77쪽

우리의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 되려면 거기에는 느림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이나 힘씀은 역시 쉼에서 비롯되고 쉼에서 그쳐야 하는 법이고 위대한 업적이나 크나큰 기쁨은 뛰면서는 이루어질 수도, 음미될 수도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가는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쉽게 배워서 사용하는 한국어가 “빨리 빨리”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성미 급한 언행의 정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외국인들이 대변해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만 아니라 이 시대가 빛의 속도(光速)를 따라 잡겠다는 일념 뿐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어디로 가는지도 도무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목표나 방향을 묻는 것을 구원, 그 자체로 여기는 빠른 속도로 멈추게 하거나 느리게 하기 때문에 금기시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와 방향이 없는 빠른 속도는 한바탕 소동치는 광란의 질주에 불과하며 참을 수 없는 고단함과 견딜 수 없는 불안과 허망함을 낳지 않을까요. 이 불안과 허망함을 잊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또 달려야만 하는 악순환을 저자 쟈끄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경주에 경주를 거듭한다는 것은 산에 산을 포개 쌓는 게 아니라 바람에 바람을 포개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 “게으름의 찬양”은 우리시대의 병폐의 원인을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살아가는 맹렬활동에 있다고 보고 치유책으로 <느림, 멈춤, 쉼, 평온, 한가로움 designtimesp=3968>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자꾸 뭘 하고만 있으면 행복지겠지 하는 일 중독증과 우선 해놓고 보자는 강박관념과 그 결과로 찾아오는 과로사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가 아무리 바빠도 그렇기에 더욱더 꼭 읽어볼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21세기 무한경쟁의 질주의 세계 속에서 지치고 지쳐서 이젠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좀 쉬고 싶다는 사람을 쉬도록 내버려두면 될 것이지 책읽기라는 일거리를 주면서 쉬라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니오!”하고 반문하실 것 같아서 변명은 뒤로하고 먼저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몇가지 점에서 욕심을 내어볼 만하다고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그 이유중 하나가 이 글을 쓴 저자인 쟈끄 러끌레르끄는 백수건달이 아니고 벨지움 태생으로 약관 20세에 법학박사, 23세에 철학박사, 26세에 카톨릭교회 사제가 되어 80세로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대학강당과 교회와 세상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은 덕망 높은 교사이며 성직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책의 규모입니다. 이 책은 가로 11㎝, 세로 20㎝, 부피 0.4㎝(총 77쪽)의 작은 책입니다. 부담없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너무 작다보니 “이것도 명작이라고 소개하느냐”고 야단하실 것 같아서 염려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외형적 규모에 반비례하여 깊고 넓고 높다고 생각되어 권해드립니다.
글의 내용은 본서가 워낙 작은 책이므로 더 요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필자의 게으름과 무능을 핑계삼아 본서 중에서 한구절을 옮겨놓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우리의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마냥 한가롭기만 해야 할 것은 없지만- 거기에는 느림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이나 힘씀은 역시 쉼에서 비롯되고 쉼에서 그쳐야 하는 법이고 위대한 업적이나 크나큰 기쁨은 뛰면서는 이루어질 수도, 음미될 수도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신 : 이 원고와 함께 소개한 책 5권을 신문사에 맡깁니다. 모자라는 글을 실어주신 당진시대와 끝까지 인내로 읽어주신 독자들에 답례하는 마음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읽기를 원하시는 분은 ‘당진시대’로 직접 꼭 다리품을 팔아(그 이유는 책을 읽고 나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방문하셔서 그냥 가져 가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읽기를 원하는 다른 분들도 돌려가며 읽을 수 있도록 배려(읽은 후 반환, 연락처를 남겨두기 등)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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