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 작가의 작업실 인주리 사진작가(석문면 통정리)
아버지를 기록한 사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들의 모습 기록하고 싶어
“사진은 시간을 기록하는 것”

석문면 통정리에 위치한 인주리 사진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정겹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인 작가를 찾는 이들을 반기고, 지나다니는 길고양이 마저 인 작가의 작업실을 들리기도 한다.

그의 작업실 옆에는 300년이 넘은 기와집이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또한 그의 아버지가, 그의 할아버지가 나고 자란 집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집인 만큼 동네 이웃들에게 인 작가의 집은 ‘석문면 통정리 기와집’이라고 불렸다.

아버지의 부재
한편 인 작가는 현재 아미미술관에서 현대미술 경향읽기展에 참여하고 있다. 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의 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해 열린 ‘Here and There’ 전시에서는 아버지의 책을 소재로 하는 사진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옛날 집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아버지의 책과 일기를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됐다”며 “집이 오래되다 보니 기록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두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당시 귀했던 책들을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두셨다”며 “또한 아버지의 일기엔 당진의 역사도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방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책을 버리시는 일이 없었어요. 왜 책을 버리지 않냐고 물어보면 저 책은 쉬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현재 주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책방엔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의 ‘쉬는 책’이 있어요. 그래서 ‘쉬는 책’ 기록을 담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물건
인 작가는 아버지의 물건을 보면서 1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아버지와 닮은 그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일기를 읽어보니, 나의 젊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는 “아버지가 기록물을 남겼다는 것은 우리가 헤어질 것을 대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이제와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70대 후반 쯤 되셨을 거예요. 아버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본인의 사진을 갖고 계셨어요. 그리고 저와 오빠가 태어났을 때도 우리들을 많이 찍어주셨죠. 심지어 어릴 적 제 목소리를 녹음하시기도 했어요. 저도 아버지처럼 가족을 기록하고 싶어요.”

아버지의 필름카메라
그는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걸 좋아했던 아버지를 빼닮았다. 막내 딸인 작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진을 시작하게 됐다. 어릴 적 조소를 배우고 싶었던 그였지만 조소를 가르쳐 줄 교사가 없자, 아버지는 자신의 취미였던 사진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인 작가는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내게 자신의 카메라를 줬다”며 “카메라를 준 것은 책임감을 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주신 아버지의 필름카메라를 들고 대학을 입학, 졸업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2일, 아미미술관에서 전시
시간을 기록한다는 사진의 매력에 빠진 인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이후엔 사진과 사진이 연결된 영화촬영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홍익대학교 인근 사진관에서 8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경력을 쌓기도 했다. 현재 그는 3년 전 당진에 정착해 지역 대학에서 서양미술사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다음달 22일 아미미술관에서 작품 전시를 앞두고 있다. 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아버지와 연관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감상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작품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는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글로 적는 것부터 시작해요. 이번 전시에도 아버지와 연관된 작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 인주리 사진작가는
·1976년 석문면 통정리 출생
·석문초·고대중·호서고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