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6.09.24 00:29
  • 호수 1125

[기고]당진시청 토지관리과 윤주동 지적관리팀장
김영란법과 다산(茶山) 선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많은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은 헌법기관(입법·사법·행정 등),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 단체 및 공공기관, 각급 학교 및 사립학교법인, 언론기관 등에 적용되며, 적용대상은 약 400만 명으로 추산돼 매우 광범위하다. 위법에 의하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은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거나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3·5·10’ 규정이 있다. 이는 직무관련자라고 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쓴다면, 음식물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이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넘으면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는 것이 이 법의 주요 골자다.

지난주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 청렴교육원에 교육을 다녀오고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렴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다산은 공직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조건으로 청렴(淸廉)을 강조한다. 특히 다산의 청렴은 공익과 합치되는 개념으로 마치 사람들은 청렴하면 그것이 바로 올바른 공직자의 모든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다산은 “박한 사람은 부패한 사람보다 무섭다”라고 했는데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어 죽는데 구휼미를 아끼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융통 없는 수령 아래서는 백성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산은 청렴에 앞서 공익을 언급하고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바로 공직자의 본래 임무인데, 공정하고 공평하게 일하는 것의 핵심을 달권(達權)으로 표현했다. 달권이란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일을 알맞게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다산에 의하면 공정하고 공평한 것은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하지만 때론,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법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법과 도덕에 의해 행해진다. 도덕은 일탈하면 비난 받지만 법을 위반하면 처벌이나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른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법적용 당사자에게는 도덕적인 일탈이, 비난이 아닌 처벌이 되는 세상이 왔다. 공직내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각 지차체나 공공기관 등도 김영란법 배우기에 분주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름에서 보듯이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 금지라는 입법목적과 취지가 너무도 명백하고 우리사회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일처리에 있어 융통성 없어 민원인을 괴롭게 하거나, 법 시행에 있어 소도둑 대신 바늘도둑 잡는 폐단은 없어야 하겠다.

이런 법까지 만들게 된 것이 공직자의 책임이라고 보면, 다산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새삼 다산 선생의 달권(達權)의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