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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6.12.02 10:15
  • 호수 1133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최순실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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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으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친 최순실을 극악무도한 ‘국사범’으로 몰고 있고, 최순실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들의 행적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대규모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혼란 속에 또 다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려 1. 지금의 혼란 정국은 재벌 언론, 조선일보에 의해 설계, 진행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미 MB에 의해 폭로됐던 박근혜 주변 인물들은 조선일보에 의해 폭로, 공론화되었다. 그간 뉴스타파나 JTBC, 한겨레 등의 활약으로 다양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긴 했다. 그런데 빙산에 일각인 지금의 혼란을 조선일보는 서둘러 수습, 정리하려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시민사회는 박근혜 하야만을 기치로 촛불을 들었고, 정계는 개별적, 집단적 이해관계에 몰입되어 사태 수습에 전념하고 있다. 지도자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이 변할 수 없다는 진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박근혜 하야만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흥분한 대중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 재벌 언론사가 대한민국의 의제설정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는 사회구조를 재확인하게 될 뿐이다.

우려 2. 지금의 혼란 정국은 박근혜의 사람들에 의해 수습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최순실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모든 검찰 조사는 박근혜의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고 있는 판국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삼성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돈에 의해 지배, 조정된 사건의 전말을 과연 박근혜의 사람들이 어떻게, 무엇을 해결할지 어불성설인 상황이다.

우려 3. 지금의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지금 대두되는 문제의 요지는 크게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이다. 이를 놓고 대중들은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중은 “비선 최순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중은 마치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로나 갑작스러운 환멸이 있었던 것처럼 분노하고 있다. 유체이탈 박근혜와 비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본질적인 문제 접근에 대중들의 관심만을 흐리게 할 뿐이다.

우려 4. 지금의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 형성되었던 사회적 룰(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 즉 사회적 룰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정해진 규칙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최순실을 보면서 최순실에 분노하는 지금의 현상에, 결국 만인이 묵인하고 있는 무법치 국가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여전히 법적 관계가 아닌, 우리의 해악적 문화가 작동되고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양심적 고발자를 기대할 뿐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들의 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되어,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사회로의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 동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혼란이 아닌, ‘최순실이 대한민국’그 자체라는 비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난리에서 박근혜 하야만을 외치며 분노하는 대중들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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