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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수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팀장
“죽으려 했더니 살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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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교사 꿈꾸던 청년에게 찾아온 전신마비
죽기 위해 시작한 운동, 다시 살 희망 발견

 

1988년 8월 31일.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강종구 팀장은 그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화학교사의 꿈을 안고 공주사대를 입학한 강 팀장은 학과 동기들과 함께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끝나고 그는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날 하숙집으로 가는 도중 마침 말년휴가를 나온 동기를 만나 술로 밤을 보냈다. 너무 많이 마셨는지 속이 좋지 않았다. 먹은 것들을 게워냈는데, 그 다음이 생각나지 않는다. 필름이 끊겼다. 그렇게 전신마비가 왔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강 팀장은 “이전부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선천적으로 목의 신경통로가 좁아 목에 디스크가 오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에도 먹은 것을 게워내다, 음식물이 신경을 건드려 갑자기 전신마비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으려고 한 운동, 나를 살리다
전신마비가 오면서 3년 동안은 손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꼼짝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죽으려고 했다. 오직 죽을 생각만 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으니 죽을 수도 없었다. 굶어 죽으려고 했으나 병원에서 포도당을 넣어주며 굳이 살려냈다. 움직일 수 없으니 죽는것 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죽으려고 악착같이 운동했다. 그래서 2년 동안 죽을 연습만 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기도 하지. 손이 움직이니 살고 싶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자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 김한선 씨를 만났다. 그로 인해 강 팀장은 자동휠체어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 보며 힘들어하셨던 어머니
전신마비가 오기 전에는 긍정적인 청년이었다. 사고 이후 자존감이 낮아지고 친구나 은사님이 와도 되돌려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의 자존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머니 때문이기도 했다. 강 팀장은 “친구들이 병문안을 올 때면 어머니가 우셨다”며 “꽤 긴 시간동안 힘들어하셨기 때문에 돌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시절을 함께한 동기들이 번듯한 교사가 됐기에 더욱 마음 아파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험설계부터 사회복지까지 ‘도전에 도전!’
강 팀장은 텔레비전에서 자신처럼 몸을 쓸 수 없는데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사람을 봤다. 그래서 강 팀장도 2개월 간 공부해 보험설계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렇게 2002년부터 3년간 보험회사에서 일했다. 안타깝게도 보험회사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사표를 내고, 주차관리 일을 시작했다.
2007년엔 대학교 사회복지행정학과에 지원해 합격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입학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부산디지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과에 편입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성적이 좋아 1년 반 만에 조기졸업까지했다. 이후 6개월 간 공부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1급을 취득했고 청소년지도사, 건강가정사, 보육교사, 방과후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강 팀장은 우연히 알게 된 이명희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장의 소개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조모임에서 활동했고, 행정도우미로 일해 받은 활동비를 자조모임을 위해 사용했다. 2015년 초 국비 지원을 받아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설립됐고, 현재 이명희 센터장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강 팀장은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자립하도록 돕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치아연맹 회장으로 취임
강 팀장은 충남보치아연맹 당진시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보치아는 그리스의 공 던지기 놀이에서 유래된 스포츠로, 중증장애인과 뇌성마비 운동성장애인들을 위한 운동으로, 표적구에 공을 던져 승패를 겨루는 경기다. 장애인들의 신체기능 및 사회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좋아 장애인올림픽 종목으로 포함돼 있다.
강 팀장은 “보치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아마추어 동아리로 보치아를 즐기다, 지난 11월 보치아연맹 당진지부를 발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당진에서 보치아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9명”이라며 “회원은 더욱 많다”고 전했다.
“보치아연맹은 내년부터 더욱 활발히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열심히 해서 전국보치아대회에서 입상해 당진을 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 연습장소가 없어 아쉽습니다. 3월부터는 지역의 학교 체육관에서 훈련하면서 보치아 선수들의 실력을 더욱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강종수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팀장
·송산면 칠절리 출신
·당산초 8회 졸업
·호서중·고 8회 졸업
·공주사대 화학교육과 중퇴
  부산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현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팀장
·현 충남보치아연맹 당진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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