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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경제
  • 입력 2017.01.13 19:38
  • 수정 2017.01.17 08:41
  • 호수 1141

당진시니어클럽 실버행복나르미
“행복을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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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아파트 택배 배달은 우리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

돋보기를 꺼내 유심히 주소를 읽는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작게 쓰인 송장 글씨는 여전히 알아보기 어렵다. 이제 배달을 나갈 차례다. 함박눈이 펑펑 오는 날이지만 택배를 기다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발길을 재촉한다. 택배를 가득 실은 수레가 돌돌돌 소리를 내며 아파트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내 택배를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 퍼진다. 때로는 한동네 주민으로서 소식을 주고받기도 한다. 노년이지만 일할 수 있어 행복하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한 ‘실버행복나르미’다.

당진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실버행복나르미는 당진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사업단 중 하나로 60세가 넘은 노인 4명으로 소속돼 있다. 당진에서는 송산면 금암리에 위치한 대상아파트에서 지난해 6월부터 사업단이 활동하고 있다. 실버행복나르미가 하는 일은 택배 배송이다. 협약을 맺은 현대택배와 우체국택배에서 대상아파트에 하루 물량을 전달하면 4명의 어르신들이 택배를 받아 각 동으로 나눠 배달한다. 하루 평균 200개의 택배가 들어오며 배송을 마치는 시간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실버행복나르미는 이 택배를 안전하게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임무다.

종종 택배 잘못 배송하기도

하지만 택배 업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처음 택배 배송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실수 투성이었다. 송장에 쓰여 있는 주소의 글씨가 작아 읽는 데만 해도 한참 걸렸다. 때로는 잘못 적힌 주소로 인해 애를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종종 배송이 엇갈리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버행복나르미는 실수가 있어도 꼭 책임을 다했다.  주인을 찾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배송이 잘못되면 찾아가 제 주인에게 돌려주는 등 자신에게 할당된 택배는 끝까지 책임져 왔다.

우리는 택배 할아버지·할머니

이제는 어엿한 택배 할아버지·할머니다. 택배를 배달할 때 이웃을 만나면 서로 안부를 전하기도 하며 집 주소를 잘못 찾아도 척척 해결한다. 일 하는 것이 그저 즐겁단다. 김장철엔 소금에 절인 배추로, 수확기엔 무거운 농산물로 힘에 부칠 때도 있다. 그래도 오히려 하루 1~2시간 바쁘게 오고가다 보니 운동이 된다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유일한 여성노인인 실버행복나르미 이정숙(66) 씨는 “이전에는 집에서 살림만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밖으로 나와 택배를 나르며 걷기도 하고 또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하기도

한편 박상욱(71) 씨는 이정숙 씨의 남편이다. 이 씨가 먼저 실버행복나르미를 하겠다고 시니어클럽을 찾았고,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는 아내 걱정에 박 씨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또한 박수일(75) 씨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음을 자랑한다. 제 나이에서 5살은 빼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대상아파트가 분양 중일 때부터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터줏대감일 정도로 주민 소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적적함을 이겨내고자 일을 시작했다. 택배 업무를 잘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했으며,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자칭 막내인 이명진(68) 씨는 박수일 씨의 소개를 통해 일하게 됐다. 현재 업무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쁘다.

 

감사 인사가 주는 행복

간혹 택배 수령인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을 때면 더 없이 뿌듯하다는 이들은 때로는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고, 기쁜 마음으로 택배를 받는 주민들이 있어 행복하다. 박상욱 씨는 “가끔 어려운 일이 있어도 즐겁다”며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수일 씨는 “혼자 집에만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는데 이렇게 일을 하니 날 찾는 이들도 있고, 반갑게 여겨 주니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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