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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지만 '특별한'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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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선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의 직원들과 함께 한 3년 5개월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직원들이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 가득 아쉬움이 배어 있다.

24일, 충남여성정책개발원(아래 여성개발원)과 충남어린이인성학습원 직원들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안정선 원장(61)에게 송별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점심 직전, 직원들이 안 원장의 퇴임식을 마련했다. 3년 5개월간 한솥밥을 먹으며 부대껴온 안 원장을 위한 송별식 자리였다. 직원들만이 참여한 조촐한 자리였지만 안 원장에게 건넨 마음을 특별했다.

직원들이 '안정선 TV' 제목의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틀었다. 30여 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안 원장과 함께해온 일들을 짧게 회상하며 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발랄함을 가미한 영상은 보는 내내 웃음소리로 회의실을 울렸다. 한 직원은 눈 밑에 굵직한 종이 눈물을 붙이고 나왔다. 아쉬운 마음을 종이 눈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직원은 안 원장의 행운을 기원한다며 '액막이 타령'을 불렸다.

약 20분 분량의 영상을 보는 내내 안 원장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원장이 취임하기 직전 여성개발원은 일부 연구원과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안정적인 연구환경, 민주적인 기관 운영을 요구하는 일부 연구원과 당시 원장 간의 갈등은 첨예했다.

안 원장은 2013년 9월 제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안 원장의 취임 직후 오랜 조직운영의 경험을 살려 갈등과 난제를 빠르게 해소했다. 직원들이 사로 신뢰하고 아끼고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안정된 조직을 만들어야 창의적인 정책 개발과 교육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최초 '양성평등 충남비전2030' 마련... "실현되는 것 못 봐 아쉽다">

 

안 원장은 특히 충남지역 시군에 숨어 있는 여성 리더들을 찾아내 키우는 일에 주력했다. 풀뿌리 여성 소모임 성장프로젝트 공모, 충남 풀뿌리 여성대회 개최 등 세부사업으로 실현됐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여성 활동가들에 의해 마을을 살리는 작은 시도들이 하나둘 움트고 있다.

충남도 여성정책과와 함께 전국 최초로 '양성평등 충남비전2030'을 제시한 것도 성과다. 여성·소수자 인권의 관점에서 도정 재점검하도록 지원하고 2030년까지 3~5년 단위 세부 양성평등 실행계획을 채운 역작이다. 충남도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양성평등팀'을 신설했다.

'젠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든 일도 주목할 만하다. 도와 시군 공무원, 의회 의원, 전문가, 여성·시민단체, 여성풀뿌리활동가, 언론 등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평등의 경험을 듣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화하는 것이 젠더 거버넌스다. 성평등 이슈에 대해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도민이 '참여'하여 정책을 형성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안 원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며 "여러분들과 생각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했다. 늘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계획한 꿈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게 곁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늘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화답했다.

 

<"사람 모여들 수 있게 곁 내달라">

 

안정선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퇴임식을 갖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심규상

안 원장은 공주대 간호대학장을 역임했다. 또 충남도 정책평가위원장을 비롯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전시 여성정책자문관, 여성가족부 남녀차별개선위원 등으로 맡아 일했다.

그는 지난해 제7대 원장으로 연임됐지만, 몸담고 있던 공주대학교의 파견 기간이 만료돼 학교로 복귀한다.

후임 원장은 허성우 성공회대 NGO 대학원 주임교수(여성학)다. 충남도는 오는 27일 허 신임원장에 게 위촉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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