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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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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손은영 씨(송악읍 중흥리)
그가 아이들을 작은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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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초에서 당진중 대호지분교까지
하루 50km 왕복하는 등하굣길
“놀거리 많은 ‘놀이학교’ 만들고파”

손은영 씨는 본인을 스스로 ‘철없는 엄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의 두 아이 ‘단지1호’와 ‘단지2호’는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이말 만큼 세상에서 더 듣기 좋은 말이 어디 있느냐”며 웃는다. 손 씨는 공부 잘하는 아이,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길 더 간절히 바라는 엄마다. 송악읍 중흥리에 살면서도 더 작은 시골학교인 전대초에 아이들을 진학시킨데 이어 지금은 당진중 대호지분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좋은 스승·좋은 친구 만났으면”

손 씨는 전교생 300명이 채 되지 않는 대구의 해안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린벨트 내 자리하고 있어 도시가 개발되지 않아 학생들이 떠나는 학교였다. 덕분에 학생수에 비해 운동장은 넓었다. 쉬는 시간이면 손 씨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넓은 운동장 한 편에 막대기로 선을 그어 놓고 사방치기와 오징어놀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 기억들이 자라면서 추억으로 남았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좋은 스승, 좋은 친구들은 지금 그에겐 더 없이 소중하다. 좋은 스승은 때론 그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길라잡이가 됐고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그는 “이런 추억들을 자녀들에게도 남겨주고 싶었다”며 “넓은 운동장에서 뛰놀고, 공부 외에 많은 것을 배우는 아이로 자라길 원했다”고 말했다.

전대초에서 대호지분교까지

비교적 큰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던 첫째 호준이와의 아침은 항상 전쟁이었다. 잘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시간표가 짜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호준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곤 했다. 송악읍 중흥리에 거주하고 있어 송악초 입학을 앞둔 그에게는 더욱더 고민인 문제였다. 항상 작은 학교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다 호준이까지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전대초를 지나치다 넓은 운동장을 보게 됐고 무엇에 이끌리듯 호준이를 전대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보냈다. 그 뒤 호준이와 아침마다 벌어지던 전쟁이 끝난 것은 물론 오히려 “빨리 유치원에 보내 달라”며 성화인 아침을 보내게 됐단다. 그렇게 첫째 호준이에 이어 둘째 하은이까지 작은 학교인 전대초로 보냈다.

하루 50km 왕복

호준이가 전대초 졸업을 앞뒀을 무렵,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손 씨는 당진중 대호지분교를 호준이, 하은이와 함께 찾았다. 학교에서 한참을 뛰놀던 두 아이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 씨는 어떤지 물었고, 호준이는 “좋다.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송악읍 중흥리 집에서 학교가 자리한 대호지면 조금리까지 장장 52km를 매일 달리고 있다. 그는 “다른 가정은 학원이며 과외며 사교육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져 주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덕에 오가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사이가 돈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기부 시작해

작은 학교를 보낸 데에는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이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학교가 죽으면 마을이 죽는다”며 “어느 학교든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아이들을 입학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학교에 기부해 ‘명품 학교’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손재주가 있었던 그는 풍선아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풍선 장식을 도맡았다. 체육대회, 운동회, 입학식, 졸업식 등 그렇게 10년 여 간 전대초 행사를 맡고 있다. 또 손글씨 POP를 배워 교실 뒤 게시판을 꾸미고 시간표를 그려주곤 한다.

웃음 가득한 학교 운동장

뿐만 아니라 당진시 평생교육학습을 통해 전래놀이를 배워,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시간에 전대초를 찾아가 아이들과 놀았다. 전래놀이에 익숙지 않아 낯설어 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25분씩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대초 조성렬 전 교장의 추천으로 다른 학교에도 알려지며 7개 초등학교 운동장에 놀이판이 그려졌다. 여기에는 (사)놀이하는사람들 당진지회(회장 김수정)가 함께하고 있다. 또 올해는 충남도에 위치한 학교를 찾아가 전래놀이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놀이학교 설립의 꿈

보물 같은 단지 1호와 단지 2호의 엄마지만 인간 손은영으로서의 꿈이 있다. 바로 놀이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폐교된 학교를 놀이학교로 살려 전래놀이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장을 만들고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놀이터가 아닌 학원과 과외를 가고, 또 쉴 때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게임하기 바쁘다”며 “부모들도 아이들과 정작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전래놀이를 배워 자녀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은 전래놀이를 통해 인성과 문화, 전통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 손은영 씨는
-송악읍 중흥리 거주
-전 (사)놀이하는사람들 당진지회 회장
-전대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당진중학교 대호지분교 학부모회장
-전 송악읍주민자치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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