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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세월호, 시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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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노란리본 김태현 연출가를 만나다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쉼터인 A-teen 문화공간 ‘쉼표’를 찾았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극단 노란리본’을 이끌고 있는 김태현 연출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쉼표로 향하는 길가에는 2014년 4월16일에 멈춰진 듯 노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 적힌 현수막이 2017년 봄을 맞고 있었다. 노랗게 물든 거리가 슬퍼보였다.

서로에게 내민 손
2005년부터 연극을 시작해, 2013년 지역에 마을 극단 만들기로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김태현 연출가는 안산에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 ‘이웃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김태현 연출가와의 일문일답이다.

가족극단은 어떻게 생겼나요?
 “2015년 10월 말 쯤 세월호 어머니들은 치유 목적으로 연극 수업을 제안 받고,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셨을까 하고. 그런데 제안만 받고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었어요. 마음을 열기까지 몇 달이 걸렸죠. 먼저 4~5분만 모시고 희극 위주로 희곡 읽기를 했어요.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요. 그 중 가장 맘에 든다는 작품이 <그와 그녀의 옷장>이었죠. 2016년 3월쯤 새로 어머님 4분이 들어와 지금의 8명이 됐어요. 그 해 7월에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10월 말 <그와 그녀의 옷장> 전체를 본 공연으로 올렸죠.”
(공연은 11월 4~6일 서울 대학로 마리카소극장에서 시작해 안산 경기도미술관, 당진, 은평구, 서울 성미산 동네연극축제, 부산에서 잇달아 공연했다. )

출연 가족들을 소개해주세요.
 “김명임(수인 엄마) 씨가 리딩 하는 모습을 보며 ‘아, 공연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장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애드리브도 자유자재입니다. 늦게 얻은 아들인 수인의 첫 출근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참사로 못 보게 됐잖아요. 이번에 아들 출근을 돕는 엄마 역을 하며 많이 아팠고 연극을 통해서 큰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들 역을 맡은 김춘자(동수 엄마) 씨는 연기를 가장 어려워하던 분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연기가 많이 느셨죠.(웃음) 동수 엄마는 아들 역을 하다가 아들 생각에 많이 울었고요.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성실(동혁 엄마) 씨는 우리 극단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입니다. 마음을 모으고 규칙을 제시하며 단체를 이끕니다.

김순덕 씨는 생존학생 애진이의 엄마입니다. 희생학생 엄마들이 생존학생 엄마를 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희생학생 어머니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하자고 했어요. 아빠 역을 맡은 이미경(영만 엄마) 씨는 진실규명에 누구보다 앞장섭니다. 그 덕에 저도 많이 배웁니다.”

어머님들마다 사연이 다 많은 것 같네요.
 “박유신(예진 엄마) 씨는 에너지 덩어리죠. 여러 역을 맡으면서도 정확하고, 코믹 연기를 잘 살려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예진이는 수학여행 가기 전날 늦게까지 연습하다 왔대요. 카카오톡 메인 사진에는 아직 서울예대 엠블럼이 있어요.

딸의 꿈을 대신 이루려고 연극을 했는데 너무 잘 맞는대요. ‘우리 딸이 연극을 선물한 것 같아’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김정해(주현 엄마)씨는 늘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노란리본에서 꿈을 이룬 셈이죠.”

연습이나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텐데요.
“어머님들이 연습실 바닥을 손으로 때려가며 파안대소할 때가 기억에 남네요. 내용과, 실수가 재밌어서 함께 웃었어요. 대사 한 마디에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죠. 이를테면 순애의 대사 ‘지겹죠? 이렇게 싸우는 게. 이렇게 싸우러 계속 와주는 게. 이렇게 싸우러 계속 와주는데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게’라는 대목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문화기획사업으로 세월호 3주기를 맞아 ‘4월 연극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의미 있는 연극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호 추모공원을 문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연출가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태현 연출가는 ‘단원고 416 기억의 교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은 시간이 멈춰 있었다. 그 곳에는 언니, 오빠들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쓰던 학용품, 시민들이 추모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꽃과 편지,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미수습자 9명이 잠든 세월호가 1073일 만인 2017년 3월23일 세상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함께함’과 ‘소중한 가치’를 지켜가자는 김태현 연출가와 세월호 가족이 만든 ‘극단 노란리본’은 그렇게 긴 시간을 이겨냈을 것이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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