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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현장 르포
“제발 비 좀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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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어 고작 18mm 내려
감자·마늘 수량 줄어 걱정

▲ 바닥을 드러낸 역천의 모습

“어휴, 말해 뭐혀. 못자리는 다 죽어가고 논은 갯바닥이 다 드러났슈. 가물어 큰 일이여, 큰 일….”

4년째다. 매년 이맘때면 농민들은 마른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초여름 논바닥과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며 바싹바싹 말라가는 동안 농민들의 마음은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처럼 타들어 갔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봄 가뭄에 농민들은 애가 탄다. 지난 23일 반가운 비가 내리는 듯 했지만 그날 당진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고작 10.9mm에 불과했다. 이미 마를 대로 마른 논밭의 갈증을 해소하기란 턱없이 부족했다.

올 봄 당진지역의 강수량은 △3월 3.1mm △4월 37.6mm △5월 38.9mm(5월 26일 기준) 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가물었다고 하지만 △3월 28.2mm △4월 80.3mm △5월 129.3mm로 훨씬 나았다.

▲ 당진시의회가 가뭄피해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고풍저수지서 물 안내려와

고풍저수지의 영향을 받는 정미면 대운산리와 덕마리, 모평리를 비롯해 사기소동, 구룡동 등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때지만 이 일대는 아예 논에 물을 대지 못해 모내기를 할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역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논에는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모내기 적기인 6월 10일 안으로 모내기를 마쳐야 하지만 고풍저수지의 현재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그 사이 충분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미면 덕마리 이종일 이장은 “비가 왔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와서는 가뭄을 전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장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물 공급이 원활치 않아 모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것은 물론, 모내기 조차 못하고 있는 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정미면 대운산리 이재명 이장 역시 “대운산리는 고풍저수지의 물을 받아야만 하는 가장 끝에 있는 지역으로, 고풍저수지에서 물을 내려 보내지 않아 마을에 모내기를 한 곳이 없을 지경”이라며 “고풍저수지를 관할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서산지사에서 서산 일대에 먼저 물을 공급하다보니 이곳까지 물이 닿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수지가 없었다면 그나마 물이 이곳까지 흘러 내려왔을 텐데 저수지를 막아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 김홍장 당진시장이 가뭄피해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모판에서 모 썩고 있어

정미면 모평리 김진환 이장도 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민들은 모내기를 앞두고 일찌감치 못자리를 냈지만 모를 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이장은 “지금으로서는 하늘만 바라볼 뿐 방법이 없다”면서 “못자리 한 모를 심지 못해 모판에서 모가 썩고 있는 지경”이라고 답답해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논농사를 접고 밭농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된 농촌지역에서 평생 논농사를 지어온 고령의 농민들에게 느닷없이 밭농사를 지으라고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밭농사를 지을 경우 판로 확보도 문제다.
밭작물 전환에 대해 대운산리 이재명 이장은 “농촌 고령화로 대부분의 농민들이 고령이다 보니 기존의 논농사를 포기하고 타 작물을 심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타 작물을 재배해도 판로도 없고, 농산물 판매를 책임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대호지 염해 우려…수질 악화까지
한편 지난해 간척지 염해를 입은 대호지면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호지면의 경우 삽교호 물을 끌어와 모내기 문제는 가까스로 해결했지만, 앞으로 가뭄이 계속되면 지난해와 같이 심각한 염해를 입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대호지면 사성1리 김문수 이장은 “삽교호 물을 끌어와 모는 심었지만 물이 부족해 모가 마르면서 빨갛게 죽어가고 있어 다시 심어야 할 지경”이라며 “벼 이삭이 팰 때 염해를 입으면 수량이 줄고 미질이 떨어져 농사에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의 경우 염해 입은 쌀을 조사료용으로 판매해 기존 쌀값보다 300원 이상 낮게 받았고, 개별적으로 양조장에 판매한 경우에는 1kg 당 500~600원에 판매해 적자를 호소한 농민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장에 따르면 13마지기 농사를 지은 한 농민은 고작 300만 원을 받았을 정도로 염해로 인한 농가소득 피해가 심각했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대호호의 물이 줄어들면서 수질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삽교호·석문호에 비해 그나마 나았던 대호호의 수질이 최근 6급수까지 떨어지면서 농업용수 사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호지면 사성2리 김낙중 이장은 “수질오염으로 모를 심은 논에 이끼가 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가 오지 않아 오염물질 농도가 계속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진시가 해나루쌀 원료곡으로 장려하고 있는 삼광의 경우 염해에 더욱 취약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진시는 봄 가뭄이 계속되면서 못자리 피해 발생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예비못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30ha에 심을 수 있는 모를 준비해, 모내기를 하지 못해 못자리를 버려야 하는 농가에게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충남도에도 예비못자리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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