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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호 저수율 0%…말라가는 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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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강수량 작년 1/3 수준…45년 만에 최저치
우렁이 집단 폐사 및 염해 등 가뭄 피해 속출
남산 수영장 7월 1일부터 폐쇄키로

대호호 담수율이 0%로 기록됐다. 1985년 준공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곳에는 1억200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지만 쓸 수 있는 물은 한 방울도 없다. 삽교호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수율이 삽교호의 저수용량은 8400만t. 하늘이 마르면서 매일매일 수위는 낮아지고 뭍으로 드러나는 바닥의 면적이 더 넓어지고 있다.

6월 23일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8.7%까지 떨어졌다. 부여 금강에서 도수로를 통해 하루 최대 11만5000t의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도 현재 보령댐 저수량은 1300만t에 불과하다. 지난 9일 저수율 51%로 비교적 여유를 보였던 대청댐의 저수율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누적강수량도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당진지역의 강수량은 138mm로 같은 기간 지난해 강수량(333mm)의 1/3 수준이다.

물 공급 나서지만 ‘밑 빠진 독’
지난 19일 송악읍 부곡리 좁은 마을길로 물을 가득 실은 대형 레미콘 차량이 줄을 지어 들어왔다. 천수답인 골짜기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다. 허옇게 드러난 논바닥은 쩍쩍 갈라져 손을 대면 고운 모래가 돼 흩어졌다. 어린 모들은 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애처롭게 생명줄을 붙잡고 있었다.

레미콘 차량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얼마만의 습기인가 마른 논이 물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15t 용량의 레미콘 차가 이미 몇 대나 물을 쏟아내고 지나갔지만 논 한마지기를 다 채우지 못할 정도다.

17대의 레미콘 차량으로 물 공급을 지원한 한라엔컴 송악사업소 김송환 소장은 “가뭄이 심하다고 말로만 들었지, 현장에 와보니 정말 심각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찬환 부곡리 이장은 “농민들의 애타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돼 무척 고맙지만, 사실 충분히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일시적일 뿐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길 두고 이웃 간 싸움까지
이밖에 당진2동, 정미면, 순성면 등 지역 곳곳에서 군부대와 소방서, 축협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물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말라버린 농경지에 물을 대는 일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한나절 쨍쨍한 햇볕에 금세 수분이 증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생활용수까지 줄여하는 상황에서 물을 실어다 논밭에 뿌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미 곳곳에서는 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농사를 짓는 면천면 삼웅리에서는 우렁이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간척지 염해와 밭작물 시들음 현상도 계속해서 발생되고 있다.  물이 절실해지면서 주민들 간 싸움이 날 정도다. 밤사이 이웃이 물길을 돌려놓지 않을까 천막을 치고 밤새 현장을 지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농민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기우제를 지내며 단비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산업단지로 공업용수는 펑펑
일각에서는 가뭄에 따른 물 부족 현상으로 특히 농업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물 관리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특혜에 가까운 공업용수 공급을 지적하고 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병빈 공동의장은 “대청댐·보령댐 등 당진지역 수계 중 산업단지에 사용되는 물이 30%에 이른다”며 “물 공급권을 가진 수자원공사가 물 공급량을 마음대로 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농업보다 공업의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산업체는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으면서 물 소비를 줄이지 않는 반면, 농업에 사용할 물은 이미 고갈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농업용수 사용량을 먼저 확보하고, 저수율이 일정수준으로 떨어지면 산업단지 및 기업체에 공급되는 용수량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도수시설 빨라야 3년 뒤 준공
충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도 저수지·하천 준설, 지하수 개발 등 가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올해 가뭄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아산호와 삽교호·대호호를 연결해 용수를 배분하는 수계연결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1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 뿐만 아니라 준공 예상 시기는 빨라도 2019년이다.

또한 충남 서부권(서산·당진·홍성·예산·태안)에 대청댐 도수시설을 활용해 하루 10만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해도 2022년 완공될 예정이라서, 그야말로 돈과 시간 문제인 것이다.

한편 당진시는 심병섭 부시장의 주재로 매일 아침 가뭄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있으며, 다음달 1일부터 남산에 위치한 교육문화스포츠센터 수영장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가정의 제한급수 여부는 6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당진시 수도과 김향교 관리팀장은 “생활용수 제한급수 계획은 아직 없지만, 시민들에게 물 절약 실천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일부 보령댐 물을 사용하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압조절(감압)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한급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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