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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7.06.29 20:44
  • 호수 1165

[여성 칼럼] 우리는 모두 ‘김지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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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당진여성포럼 대표

김지영, 흔한 이름이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 이름 중 가장 많은 것이 김지영이란다. <82년생 김지영> 라는 제목의 소설이 지난 5월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 하나도 더하지도, 감하지도 않는, 너무나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일상을 여성의 보편적 삶을 그려낸 소설이다. 읽는 동안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겠지 하면서 공감에 공감을 하였다. 이 소설은 내 일상과 너무나 닮은 구석이 많은 우리의 이야기이고, 엄마, 언니, 친구, 이웃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무척이나 사실적인 글이다.

성장기의 어린 시절과 현재에 여성이기에 겪었던 편견과 차별, 학창시절, 사회생활, 결혼생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아주 익숙한 경험들, 이 시대 여성들이 겪었던 세월들을 엮어낸 소설이다.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한 글이 왜 이토록 많은 남성, 여성들에게 공감을 받았을까? 이 책을 몇 장만 읽어도 소설의 목적을 알 수 있다. 은근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내용들로 우리 사회에 여성이라는 이름의 차이와 차별에 대한 문화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나 역시 단숨에 읽어버린 뒤 마음 한구석이 왠지 짠하게 밀려드는 슬픔과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아주 잔잔하게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옭아매고 있는 튼튼하고 견고한 밧줄과 유리천장이 언제쯤 사라질까하는 생각을 되새겨본다.

읽는 동안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일상적인 차별에 대한 문제들을 가장 일상적으로 반론과 할 말을 잃게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그래 나도 그랬어’라는 아주 사소하지만 강하게 긍정하게 만드는 글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여성의 삶이 가정과 또는 사회에서의 어려움과 차별과 차이를 당연한 것이 아닌 ‘차별이었구나’라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 사이에서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가장 흔하고 많은 이름이기 때문에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 실화 같은 소설이다. 우리주위의 모든 여성들이 경험했고, 또는 당하고 있는 무척이나 사실적인 이야기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인식의 변화가 유독 느린 젠더의 영역에 저항의 행위보다도 담담함이 그 어떤 강한 표현과 시위보다도 세상을 향한 외침이 아주 큰 울림이 되어서 성인지감수성을 깨어나게 하는 책이었다.

이 땅의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세상의 모든 딸들은 어머니의 삶에서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신의 딸들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여성으로서 견뎌내야 하는 삶들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차이를 문화와 관습으로 인내하라고 강요하는 이 시대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던지는 화두를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이 시대의 ‘김지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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