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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7.06.29 20:45
  • 호수 1165

[NGO 칼럼] 승전목 전승지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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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로 승전목 역사공원 추진위원장


승전목은 면천면 사기소리에 위치한 경관이 수려한 협곡의 이름이다. 지금은 국지도 70호선이 이배산 자락을 끊고 반듯하게 길이 나 있어 승전목을 협곡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이지만, 대규모 토목공사로 산자락이 끊기기 전까지 승전목을 지나려면 칼바위내(검암천)를 따라 S자형의 좁고 긴 협곡을 돌아가야 비로소 승전목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런 승전목이 1995년 한보철강이 당진에 들어서면서 매립용 암석을 캐기 위해 이배산 자락을 파헤치면서 승전목은 복원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었다.

승전목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내포지방 동학농민군이 일본군 후비보병19대대 서로군 지대와 맞서 싸워 승리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전투에서 한 번 이겼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당시 일본군은 자동 격발식 라이플 소총과 무라타 소총으로 무장하여 화승총으로 대항한 동학농민군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전력차이가 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승전목 전투의 승리는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농민군이 일본군과 싸워 이긴 전투는 승전목전투가 거의 유일하다. 이렇게 승전목전투의 역사적 의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당진시민들은 물론 학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승전목 전승지를 복원하여 보존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승전목 역사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승전목 역사공원추진위원회는 승전목을 복원하여 보존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승전목 구간을 터널화하고, 끊긴 산맥을 이어 승전목을 원형복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최근 국지도70호선의 확장이라는 변수가 생겨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국지도70호선의 확장공사는 국도나 지방도와 달리 국토관리청에서 계획하여 국가예산으로 건설하지만 도로의 관리는 충청남도에서 하는 지방도이다. 국지도70호선 승전목 구간 도로확장사업은 총연장 19.1km로 2017년 10월 공사발주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7년에 걸쳐 도로건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국지도70호선이 확장된다는 의미가 어떤 경우라도 승전목전승지 주변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승전목이 파괴되어 있고, 주변의 이배산 또한 삼호개발의 채석장으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지도70호선의 확장으로 인한 승전목의 파괴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현재 확인된 바에 의하면 국토관리청은 설계도를 완성하였는데 승전목 전승지에 대한 터널화 공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승전목 전승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당진시에서 승전목전승지를 앞으로 어떻게 복원하여 보존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승전목 전승지에 대한 복원 및 보존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승전목전승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할 때 승전목 전승지는 원형복원을 통한 보존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지도70호선 승전목 구간은 터널화해야 한다. 터널화함으로써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가능하고, 복원된 승전목을 기념공원으로 설계하여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만으로는 승전목전승지의 파괴는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것이다.

이제 승전목전승지를 보존할 대책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우선 승전목전승지에 대한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 승전목에 대해 최소한 향토유적으로 문화재 지정을 함으로써 승전목전승지가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정부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승전목전승지를 어떻게 복원하여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보존 계획이라고 한다면 승전목전승지는 당진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할 동학농민혁명 기념지로 원형이 복원되어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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