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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체거동 화합 일치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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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성체거동에 관해 궁금함을 해소하고자 내포 천주교회사 연구소 소장 김정환 세례자 요한 신부를 만나 성체거동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달 23일 합덕성당에서 성체거동이 진행됐다. 연호문화축제와 어우러져 성당과 합덕제에서 거행된 전통적인 행렬이었다.

 

성체거동이란?

성체거동은 성체와 거동이 합쳐진 말이다. 성체(聖體)는 미사 때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된 제병(빵)을 말한다. 거동(擧動)의 본래 명칭은 ‘거둥’으로 임금의 행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는 임금의 행차를 뜻하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었는데 당시 ‘거동’이라 읽지 않고 ‘거둥’이라 읽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한자 그대로 ‘거동’이라 읽는다. 그러니 성체거동은 임금님처럼 성체를 모시고 행렬한다는 의미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성체거동은 유럽 천주교회에서 전해온 풍습이다. 성체에 대한 공경의 마음을 장엄한 행렬을 통해 표현하던 풍습이 프랑스 선교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한국에서 처음 거행된 성체거동은 1903년 6월 11일 용산의 예수성심 신학교에서 있었다. 그날 용산뿐만 아니라 서울과 인천에서도 많은 이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후 지방으로도 확산돼 1914년에는 장호원 성당에서 처음으로 성체거동이 이뤄졌다.

기록의 미비로 충청남도에서는 언제 처음 성체거동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1890년에 합덕 성당과 공세리 성당이 동시에 설립됐으니 두 성당에서도 1914년에서 멀지 않은 시기에 시행됐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1948년 충청남도를 아우르는 천주교 대전교구가 설정된 후에는 한 성당을 지정해 성체거동을 거행했다.

예를 들어, 1955년에 합덕 성당에서 거행했으면 다음 해에는 공세리 성당에서 하는 식으로 돌아갔다. 그러다보니 한 성당에서 매년 성체거동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성당의 신자들도 참석해 규모가 매우 컸다.

 

합덕성당의 성체거동은?

합덕 성당의 성체거동은 한 동안 맥이 끊겼는데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생각된다. 하나는 한국의 기후 때문이다. 성체거동은 천주교 달력에 따라 성체성혈대축일에 이뤄지는 데 보통 6월 중순 즈음이다. 이때는 장마철인데다가 옛날 농촌에서는 한창 모내기를 하던 시기이므로 큰 행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다른 하나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기 때문이다.

성체거동은 행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뤄지는 체육대회 등의 부대행사도 큰 몫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이농현상으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에서는 큰 원동력을 상실한 셈이다.

오랫동안 맥이 끊겼던 합덕 성당의 성체거동은 2007년 6월 12일 복원돼 다시 거행됐다. 그동안 합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한 계기로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부각되면서 합덕의 역사도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합덕 성당을 방문했고, 지역 주민들과 기관들도 합덕 성당을 다시 보게 됐다. 또한 한국의 발전으로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농업환경도 변하다보니 성체거동이 열리는 6월에도 여력이 생겼다.

 

성체거동은 일치 화합의 장

합덕 성당의 성체거동은 무리를 지어 길게 이어지는 행렬에서 보듯이 일치의 상징이다. 조선시대 합덕 지역에 전해진 천주교는 엄격한 신분제도 사회 안에서 신분과 남녀를 초월한 일치를 실현했다. 그 역사가 계승돼 2007년에 복원된 성체거동에는 종교 일치의 장이 마련됐다. 성체거동을 앞두고 합덕 성당에서 있었던 전야제에는 불교와 개신교 신자들이 함께해 어울림의 자리를 가졌다.

올해 2017년 이뤄진 성체거동에서는 지역 일치에 큰 몫을 했다. 성체거동이 별도의 행사가 아니라 연호문화축제 안에 어우러져 거행됨으로써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장이 펼쳐진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합덕 성당의 성체거동은 이러한 역사의식 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석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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