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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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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시민기자의 칼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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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고단한 한밤, 깜깜한 천장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사는 것인지 아니면 일상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기계가 저 혼자 굴러가는 것인지 모호해지는 때가 있다. 욕망이라는 밑 빠진 독에 소유라고 하는 채워지지 않는 물을 지치도록 붓는 ‘나’ 없는 하루가 끝을 모르는 양 반복된다. 나는 없고 소유만이 살아 내 허약한 존재를 갉아먹으며 손톱만큼 남아있는 신념마저 부숴버리는 수 없는 날들에 내 삶은 오늘도 고단하다.

남들이 뭐라 하건 난 나로서 살리라 했다. ‘절대로 세상의 통념과 잣대로 내 삶을 가늠하지 않으리라’고도 했다. 나는 그저 ‘세상’이라고 하는 간판이 붙은 여인숙에 잠시 머물다 곧 떠나가야 할 손님일 뿐이니 할 수만 있다면 내 여관방에 최소한의 짐만을 들여놓으리라 했다. 소유가 없이도 존재만으로 벅차게 풍요로울 수 있기를 참으로 소망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무게가 그다지 무겁지 않았을 때, 그리고 마치 하늘과도 대적할 수 있다는 오기와 아집으로 뭉쳐져 있었을 땐, 남들과 아무런 상관없이 그런 소망과 소신만으로도 자부하며 살 수 있었다. 허나 식구가 생기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언제부턴가 나를 둘러싼 사회라는 구조가 태풍이 되어 거세게 밀려와 나를 침수시켜버리고, 먹어야 사는 생존의 무게만이 어깨 아프게 삶을 짓누르면서 존재에의 소망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때때로 허욕에 목말라 마셔도 마셔도 해갈되지 않는 소유를 끊임없이 들이키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란 참을 수 없는 큰 슬픔이다. 허나 어쩌랴? 그것이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슬픔’이라 해도, 그래서 뒤척이는 밤을 수없이 보내야 한다고 해도, 그 고단한 일상을 통해서도 여전히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이 있기에, 주어진 운명일 것이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내 생각의 괄호를 넓혀 그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운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침식시켜버렸던 소유의 덧없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다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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